다할/궁할 궁, 문서 권, 책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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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혈, 활 궁 자 모두 이전에 나왔었죠. 활 궁 자 왼쪽에 몸 신 자가 더해진 글자가 몸 궁 자로, 몸체나 몸을 굽힌다는 뜻을 가진다고 해요. 여기에 구멍 혈 자가 올라가서 몸을 굽혀서 동굴 끝까지 들어가본다, 라는 뜻에서 끝, 궁극, 이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고요, 한편으로 궁핍함, 열악함, 이라는 뜻도 가지게 되었다고 해요. 아마도 삶의 질이 밑바닥까지 떨어진 상태를 나타내서 이런 뜻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우리나라 한자와 일본어 한자가 조금 다르게 생겼어요. 모양은 일본어 한자 기준으로 그렸어요. 일본어 한자가 오히려 자형변화가 더 적은 모양이라서요. 문서 권 자는 세 글자가 합쳐진 후 자형변화가 이루어진 글자예요. [분별할 별 + 두손 받들 공 + 칼 도] 이렇게 세 글자요. 분별할 별 자는 짐승의 발자국 모양을 나타낸 글자인데, 발자국을 잘 살펴서 어떤 짐승인지 분별한다는 뜻을 가졌어요. 여기에 두손 받들 공 자와 칼 도 자가 더해져서, 세심하세 살피고 자세히 분별하여 칼을 들고 새겨 넣은 거라서 중요한 증명서 따위를 나타내게 되었다고 해요. '입장권' 할 때 그 권 자입니다. 

원래 위 문서 권 자에서 칼 도 자가 빠지고 병부 절 자가 들어갔다가 자형변화가 생긴 글자인데, 그렇게 설명하는 것보다 그림이 나을 것 같아서 한 번에 그림으로 그렸어요. 처음에 병부 절 자를 썼던 것도 어차피 꿇어앉은 사람을 그리기 위한 거였다고 하니까요. 즉 이 글자, 책 권 자는 사람이 꿇어앉은 모습을 나타내요. 그래서 굽히다, 굽다, 접다, 또 다리를 말고 있어서 '말다', 다리의 접히는 부분인 '오금'을 나타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로부터 글을 써 둔 종이를 둘둘 말아놓은 것을 나타내어서 '책'을 나타내게 되었다고 해요. 옛날 사람들 무릎꿇고 앉아서 스승님 앞에서 둘둘 말린 종이를 읽는 모습을 생각하면 두 가지 뜻 모두 한 번에 외울 수 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