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글쓰기 101 두 번째 시간입니다. 오늘은 구체적으로 글을 구성하는 몇 가지 방법에 대해서 써보려고 해요. 사실 오늘 소개하는 것 말고도 몇 가지 방법이 더 있을 것 같긴 한데.. 제가 평소에 어떻게 구성을 하는지 의식하고 하는 게 아니라서, 최대한 떠올리고 써보기는 했는데 마치 이 나이에 젓가락질 하는 방법을 글로 설명하는 기분이라ㅋㅋ 읽는 분들께서는 더 구체적인 부분을 바라실지도 모르겠어요. 아무튼, 시작합니다. 



팁: 모든 글을 시작하는 서론에서는 자기가 앞으로 어떤 주장을 할 것이며 어떤 구성으로 전개를 할 것인지 미리 밝혀줍니다. (스포일러를 던지라고!!) 

*아래 그림에서 이 서론은 빠져 있습니다. 




1. 어떤 주장을 옹호하거나 비판하기 


논리적 글에서 가장 기본적인 형태입니다. 아래와 같이 개요를 그려볼 수 있습니다. 



진한 파란색 글씨에서 1번과 2번까지가 가장 기본적인 형태입니다. A를 옹호하기 위해서는 우선 A가 무엇인지를 말해야 하기 때문에 A의 의미, A의 등장배경, A가 등장하게 된 동기 등을 먼저 서술합니다. (저는 특히 '동기'에 많이 주목하는 편인데 - 그냥 습관이에요, 일종의.. 제가 가진 사고"방식"이라고 할까요 - 동기에 주목하는 이유는 아래 2번에서 이야기할게요) 다음으로 왜 A가 옳다고 생각하는지 이유를 적는 거죠. 


여기에서 조금 더 발전하면 3, 4, 5를 적습니다. 3번은 not A라는 입장으로, A를 옹호하는 내 입장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내 입장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려하고, 그 다음 4번에서 그 입장이 틀린 이유를 다시 씁니다. 예상가능한 반론에 대한 재반론을 구성하는 거죠. 이렇게 하면 1번과 2번, 단순히 주장과 근거만을 제시하는 글보다 더 글이 탄탄해집니다. 결론으로 5번에서 A는 옳다고 말하기 좀 더 좋아지겠죠. 


하늘색 글씨는 A가 틀렸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이건 사실 A의 대안인 어떤 다른 입장, 즉 B를 옹호하는 것보다는 좀 더 소극적입니다. "나는 A가 틀렸다고 했지 B가 옳다고도 안 했어.."라고 주장할 수 있으니까요. 전체적인 주장은 소극적이지만, 글은 조금 더 복잡해집니다. 먼저 1번과 2번까지는 같습니다. A에 대한 배경설명을 한 후 A가 왜 옳은지 설명하는 거죠. 그 다음 3번에서 A가 틀린 이유를 지적합니다. 아주 기본적인 논술 시험이라면 여기까지만 써도 됩니다. 2번의 1), 2) 3)을 각각 3번에서 까면 되니까요. 


여기에서 또 발전하면 적극적으로 A를 옹호하는 글의 3번과 4번 단계를 다시 밟으면 됩니다. 내가 A가 틀렸다는 이유를 제시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A를 옹호하는 사람도 할 말이 있겠죠. 4번에서 그 A입장에서 할 말을 적어줍니다. 그 다음 5번에서 그 입장을 다시 까요. A 네가 그렇게 이야기하지만 여전히 너는 틀렸다고요. 그리고 결론 6에서 최종적으로 그러니 A는 틀렸다고 주장을 할 수 있습니다. 



2. 어떤 주장의 동기 및 숨은 전제 찾기



제가 좋아하는 전략이에요. 여러 단계로 글을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에요. 또 원래 생겨먹은게 자꾸 다섯살짜리 어린애마냥 '왜?'라고 물어버릇해서..ㅋㅋ 생각하다보면 이 구조가 제일 잘 나오는 것 같아요. 


이 구성의 경우 일단 진한 파란색 글씨인 4번까지만 해도 하나의 글이 완성되어요. 먼저 글에서 다룰 입장인 A에 대한 배경설명이 들어가야겠죠. 이건 모든 글에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부분이에요. 그리고 A를 주장하는 입장들의 근거들을 2번에서 다루어요. 하나의 입장이 가진 여러 근거일 수도 있고, A, A*, A** 등을 주장하는 여러 입장들의 공통적인 근거들일 수도 있어요. 그 다음 3번에서 이들 근거들의 또 다른 공통점인 K를 찾아내요. '또 다른'이라고 쓴 이유는, 우선 이들 근거들은 모두 A를 주장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그런데 사실 알고보니 A를 주장하기 위한 것만이 아닌 또 다른 숨겨진 동기인 K가 있는 거죠. 실제로 A랑 K가 반드시 같이 가야 하는 아이디어는 아닌데도 말이에요. 그 다음 4번, 그럼에도 불구하고 A라는 입장들은 모두 K를 주장해야 해요. 그래야 2번에서 다룬 A의 근거 1), 2), 3)이 성립하거든요. 즉, K가 없으면 A를 주장하기 어려운 입장들인 거예요, 이 입장들 - A, A*, A** - 이 전부 다. 


자, 여기까지만 해도 상당히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수 있어요. 어라? A라고 하는 애들이 다 알고봤더니 K과에 속하는 애들이네? 하고요. 


그럼 이제 이 글을 더 발전시켜볼게요. 이제 아예 K까지 깔 수도 있죠. K자체가 완전히 틀린 전제였다고요. 그러면 줄줄이 사탕, 소시지처럼 A ,A*, A**까지 다 까는 게 됩니다. 이렇게 나가면 굉장히 강력한 반론이 되어요. 이걸 더 강화시키고 싶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K라는 전제/동기를 여전히 유지하고 옹호하고 싶어하는 입장에서 할 말을 다시 생각해본 후, 거기에 대해서 또 재반론을 하면 더 강력한 입장이 되겠죠. 그래서 A류 입장들이 전부 다 K 때문에 똥망이다.. 라고 주장할 수 있고요. 


그리고 이렇게 강하게 나가지 않고, 여기에서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이 여러 가지 있어요. 그게 보라색 글씨로 적힌 확장판인데요, K를 버리고도 A를 구할 방법이 있는지 생각해볼 수도 있고, K때문에 망하는 다른 이론을 찾을 수도 있고, 알고보니 not A라고 말하던, A의 대안처럼 보이던 B도 K를 똑같이 전제하는 입장이어서 도찐개찐이다.. B도 시망똥망이다.. 이렇게 나갈 수도 있고요, 오히려 문제를 다른 방향으로 돌려서 K랑 A가 같이 가는 아이디어라고 보는 것이 잘못이고, 사실 K 자체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문제는 A다, A없이 K만 살릴 수 있다, 이런 길로 나갈 수도 있어요. (아, 이런 거 생각하는거 넘 재밌떠!!!! 아이스크림 산에 올라가는 꿈을 꾸는 기분이야!!!!)



3. A 대신 B: 다른 대안 제시하기



이거는 저는 아직 짬밥이 안 되어서.. 내공이 적어서 잘 못 하는 구조이긴 해요. 이것도 1번은 배경설명으로 똑같아요. 여기에서 2번이 좀 다른데요, 앞의 구성들처럼 A를 옹호하는 이유를 적되, 그 이유가 특히 왜 B를 택하지 않는지에 초점을 맞추어서 쓰는 거예요. 그러니까 위의 구성에서 숨은 전제인 K가 바로 "B는 죽어도 피해야 돼!!" 같은 거죠. 그리고 3번에서 이 이유들에 대해서 각각 비판을 해요. 뭐 여기에 대해서는 하나씩 B를 피하려고 하는 2번의 동기들이 다 사실은 별 문제가 안 된다거나.. 다르게 해결이 가능하다거나.. A를 주장하는 동기들이 B를 피하려고 하지만 A를 주장한다고 해서 꼭 B를 버리란 법은 없고.. 즉, A와 B는 알고보면 양립가능하다는 거죠. 그리고 4번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A와 B가 양립가능한지를 보여요. 원래 모순되는 것처럼 보여서 A 아니면 B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A를 택하면서도 B를 택하는 것이 가능함을 보이는 거죠. 


저는 이 4번 작업이 아직 힘들어요. 저게 가능하려면 A에 대해서도 잘 알고 B에 대해서도 잘 알면서, 본래 모순되어 보이던 세부적인 요소들 하나하나를 다 모순되지 않는 것으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개념을 가지고 놀 수준(?)에 이르러야 해요. 그것도 그 개념의 아주 세부적인 부분까지도요.. 제가 볼 때, 세계적으로 유명한 - 그리고 현재 살아있는ㅋㅋㅋ - 현대 철학자들이 쓴 글이 이런 방식이 많아요. 진짜진짜 글이 어렵죠. 논문 한 쪽 읽는데 막 15분 걸리는..ㅠㅠ 


여기에서 더 발전시키면 5번으로 나가요. 알고보니 B가 A와 양립가능할뿐만 아니라 A보다 장점도 많은 거예요. 알고보니 A는 P라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는데 B는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거나 그걸 해결할 수 있다거나 하는.. 그래서 결론은 B가 A의 좋은 대안이라는 거죠. 이게 곧 A라는 기존의 이론을 대체할 B라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는 것이 되고요. 



팁 하나 더. 


이건 평소에 생각하지 못하다가,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생각난 거예요. 


저는 위에 적은 구성들을.. 마인드맵의 템플릿같은 일종의 템플릿이라고 생각해요. 아직 의문이 풀리지 않은 점은, 저 세 가지 외에 다른 템플릿이 어떤 형태로, 얼마나 많이 있느냐는 거예요. 얼마나 더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세세한 구성이 달라도 보통 크게 저 틀 안에 들어가는 것 같거든요. 


아무튼, 이런 구성들을 글에 대한 일종의 마인드맵 템플릿이라고 보면.. 


이걸 머릿속에 미리 넣어놔요. 이 틀을. 그리고 내가 쓰는 글뿐만 아니라 거꾸로 내가 읽는 글들도 이 템플릿에 맞춰서 분석해요. 생각해보니까 요약정리를 할 때 어떻게 바로 여백에 내용 정리를 하는지 저 자신도 그 과정에 대해서 궁금했는데 - 메타적으로 궁금했던 거죠, 과정 자체에 대해서 - 이렇게 하는 것 같아요. 


이 틀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많이 읽다가 생겼나? 많이 쓰다가 생겼나? 많이 읽다가 생긴 것 같아요. 쓰는 건.. 그렇게 많이 써보질 않아서요ㅠㅠ 그런데 블로그에 올려서 다른 분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써보고 그려보다 보니, 저런 템플릿들이 머릿속에 있는 것 같네요. 어떻게 알았냐면요, 쓰는데 "이런 방식으로 쓰는 건 누구누구가 있었지", "아오, 그 인간 글이 이랬잖아, 앞에서 이 소리 하다가 뒤에서 이렇게 발전해서 읽는데 더럽게 어려웠다고" 하면서 전에 읽었던 게 생각나더라고요. 아마 읽으면서 머릿속에 템플릿을 만들고, 제가 쓸 때도 그 템플릿에 맞춰서 거꾸로 쓴 것 같아요. 


그렇다면 아마 이 템플릿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어제 글인 1단계의 논제 분석하기가 아주 많이 발전한 거라고 볼 수 있겠네요. 논제 분석하기는 한두줄의 문장이지만, 저건 수십페이지~수백페이지에 달하는 논문이나 책을 분석한 거니까요. (오 나 좀 똑똑한듯ㅋㅋㅋ) 


그러면 여러분들도 본인의 분야에서 읽는 자료들에 대한 템플릿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거에 맞춰서 읽는 건 분석해서 요약하고, 쓰는 건 내 주장이 어떤 스타일인지에 따라서 적절한 템플릿을 골라서 쓰는 거죠!! 오오!! 좋아좋아!! 



넵, 오늘도 기-승-전-자아발견-이네요. 


(이 블로그가 점점 나를 위한 정신과 상담실이 되어 가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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