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제 글에서 보신 것처럼 자신이 얼만큼의 시간을 어디에 어떻게 쓰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이 끝났다면, 이제 시간 관리를 위한 계획을 짤 수 있습니다. 아, 어제 글과 오늘 글은 [디지털로 공부하기]가 아니라 [아날로그로 공부하기] 카테고리에 들어가고 있어요. 왜냐하면 사실 이건 앱이나 하드웨어의 문제가 아니라, 연습장에 찍찍 휘갈겨 써도 결국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의 자기 몸뚱아리가 어디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냐에 관련된 것이거든요. 그래서 [아날로그로 공부하기] 카테고리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글은 의뢰인 "블랑슈"님께서 말씀해주신 것을 토대로 인문/사회계 대학원생의 가장 흔한 시간표를 예시로 제시할 겁니다. 다른 분들은 예시만 참고하시고 예시의 시간표에 본인 시간표를 넣으시면 됩니다. 




1. 고정 블록과 유동성 블록 마련하기


고정 블록은 시간이 일상적으로 정해진 일정들을 말합니다. 인문/사회계열 대학원생 - 그것도 과정생 - 이라면 아마 수업 듣는 것, 조교 일-_- 그리고 알바로 학원 한 두 군데(또는 다른 알바나 봉사활동? 스터디?) 정도. 이게 보편적인 일주일 일과일 것입니다. 아래 사진처럼요. (이거 보고 "아악 소름 내 시간표임" 이러는 대학원생들 꽤 있을 것으로 생각됨ㅋㅋㅋ) 우리는 랩이 없으니까 대개 저런 시간표입니다. 



유동성 블록은 반드시 비워두어야 하는 시간을 말합니다. 일주일 중 반나절~한나절 정도를 반드시 비우도록 합니다. 유동성 블록은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을 때 일을 이동시킬 수 있는 시간대를 말합니다. 자신이 가장 한가한 요일, 가장 한가한 시간을 잡도록 합니다. 예시에서는 토요일 오후를 비워서 유동성 블록으로 잡아보았습니다. (유동성 블록은 시간표 짜는 데에 겁나 중요해서 빨간색 큰 글씨임ㅋㅋ)


유동성 블록이 필요한 이유는, 우리가 삶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보통 우리는 늘 아주 빡빡한 계획을 야심차게 세우고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한 번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서 일이 틀어지기 시작하면, 일이 밀리게 되고, 그러면 할 일은 걷잡을 수 없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됩니다. 어찌할 줄 모르고 "아 오늘 원래 저거 했어야 하는데 이거 때문에 못했어"라면서 기분만 나빠하다가 결국 계획 전체를 포기하게 되죠. 하지만 인생은 늘 계획대로 되지 않아요. 많은 사람들이 꼭 이걸 깜빡하더라고요. 그런데 여러분, 똥 싸는 거 하나라도 마음대로 해 보신 적 있으세요? "난 내일 일찍 나가야 하니까 내일 나가기 전에 새벽에 꼭 모닝똥을 싸고 가야지"해서 마음대로 되냐고요ㅋㅋㅋㅋ 안 되거든요ㅋㅋ 아니 내 똥 하나도 마음대로 못하면서 무슨 삶의 시간을 좌지우지 하겠다고 ㅋㅋㅋㅋㅋㅋㅋ 우리는 신이 아닙니다. 우리의 인생에는 늘 예상치 못한 사건들, 이를테면 갑자기 컨디션이 안 좋아지거나 갑자기 장례식에 가야 하거나 갑자기 상사/교수님으로부터 짜증나는 명령이 떨어지거나 갑자기 지하철이 연착되거나 갑자기 강의계획서에 없던 과제가 추가되는 것과 같은 일들이 늘 발생합니다. 그러니 꼭, 유동성 블록을 만드세요. 




2. 할 일 배치하기 



위 시간표는 고정블록과 유동성 블록만 있던 시간표에 할 일을 배치해본 모습입니다. (사실 학원 출강과 대학원 영어특강에 소모되는 블록들을 모두 과외로 바꾸고 위치만 바꾸면 작년까지 코스웍 동안의 내 생활임.. 쩝.. 데이트도 없고.. 벚꽃놀이도 없고.. 극장가는 것도 없고.. 에휴...인생 뭐 있나..)


1) 이 단계에서 처음에 분석했던 여러분의 생활습관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이번 학기에 듣는 세 개의 수업 중 하나, 위 사진에서는 월요일 수업이라고 합시다. 월요일 수업이 매번 15쪽 정도의 영문 논문을 다룹니다. 계산하기 쉽게 A4 논문 한 쪽을 읽는 데에 10분이 걸린다고 할게요. 그러면 논문을 읽기만 하는 데에 150분, 즉 2시간 반이 걸립니다. 하지만 모르는 내용이 있으니 찾아보고, 내용을 노트에 정리하거나 하는 시간도 생각하면 넉넉잡아 3시간 반 정도를 빼는 것이 좋겠지요. 그러면 이 수업을 예습하는 데에 필요한 시간은 총 3시간 반이 됩니다. 월요일 수업 예습은 수요일 밤시간에 들어가 있습니다. 수요일 수업 복습을 끝내고 월요일 수업 예습을 하도록 넣었습니다. 


2) 그런데 만약 다음 주에 다룰 논문이 평소보다 좀 길어서 20쪽 짜리라고 해 봅시다. 그러면 200분 + 60분 정도의 시간, 즉 4시간 20분이 필요하겠지요. 이 경우 기존의 3시간 반 보다 약 50분의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이 50분을 어디에서 채울 것이냐? 물론 밤잠을 포기하고 더 읽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불가능할 경우, 이 50분을 유동성 블록에 넣습니다. 


3) 여기에서 왜 월요일 수업 예습이 주말이 아니라 수요일에 있는지를 알게 됩니다. 다음 주 월요일 수업에 평소보다 많은 논문을 다루게 된다는 사실을 만약 학기 초에 알았다면 유동성 블록을 하나도 쓰지 않은 한가한 주에 그 논문을 미리 읽어둘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이번 주 월요일에 알았을 경우, 월요일 수업 예습이 이번 주 주말에 있다면 이번 주 주말에 예습을 다 끝내지 못한 채로 월요일 수업 강의실에 들어갈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러니까 예습은 늘 해당 수업보다 약 3일 앞서도록 잡습니다. 일요일에 수요일 수업과 목요일 수업 예습이 있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주 수/목에 다음 주 수/목에 읽을 내용이 더 많다는 것을 알면 이번 주말의 유동성 블록에 다음 주 읽을 내용을 조금 더 당겨서 넣을 수 있겠죠.


4) 중고등학생 때는 예습 <<< 복습, 학부 때는 예습 = 복습, 대학원 때는 예습 >>> 복습입니다. 특히 국내 대학원의 인문/사회계 대학원생이라면 예습 못해가서 남이 발제하는 것 멍하니 듣고 있거나 대충 이해하는 척만 하고 앉아 있었던 경험 한 두 번은 있을 거예요. 그러면 시간이랑 등록금 다 버리는 겁니다. 예습 양이 실제 수업에서 다루는 양의 3배는 되도록 잡으세요. 시간도 시간이지만 3배의 이해를 하고 가야 합니다. 그래서 위 시간표에서 복습은 예습보다 적은 시간이 들고, 수업이 끝난 후 바로 하도록 잡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뭘해야 3배의 준비를 하는지는 다음 연재에서 다룰게요. "나는 읽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 도저히 저 정도 시간으로 예습이 불가능하다" 이 케이스도 다음 연재에서 다룰게요.


5) 그 다음으로 따로 빼 두어야 하는 시간이 자료 조사 시간입니다. 위 시간표에서 일부러 목요일 수업 전으로 넣은 까닭은 대학원 영어특강을 들은 후 수업을 하기 전이니, 캠퍼스 내에 있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필요한 책들을 메모해두었다가 도서관에서 빌리거나, 다음 주에 필요한 자료를 한꺼번에 연구실에서 인쇄하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자료조사도 포함이지만, 캠퍼스 내에서 돌아다니는 자료 조사 시간을 따로 빼두면 오프라인 서점 정보를 업데이트 하는 것과 같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이전 글 참조: 

2016/03/13 - [아날로그로 공부하기] - [자료 수집하기] 1. 오프라인 서점 이용하기



6) 아주 운이 좋은 한 주라서(우리 교수님 휴강 오 예아 앗싸) 시간이 빈다면 다음 주에 할 일을 미리 당겨서 하세요. 그러면 다음 주 유동성 블록이 더 늘어납니다. 아니면 잠을 자서 체력을 충전하세요. 대부분 운동이 부족할테니 운동을 해도 좋고 영화도 보세요. 




3. 예상치 못한 일에 대처하기


1) 저 위에서 복병은 'B급 조교'지요ㅋㅋㅋㅋㅋㅋ 빌어먹을 조교 업무는 저 시간으로 끝나는 게 아니니까요. 자 IT 기기의 도움이 필요할 때입니다. 우선 각종 연락과 관련된 일들은 최대한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서 이동 중에 처리하도록 합니다. 


2) 예상치 못한 일이 커다란 블록을 잡아먹게 되는 일이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일의 데드라인이 급하다면, 현재 옮길 수 있는 블록의 일정을 유동성 블록으로 넘깁니다. 예상치 못한 일이지만 데드라인이 급하지는 않다면, 그 일을 하기 위한 유동성 블록을 늘리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최대한 당겨서 합니다. 


3) 이번 주 유동성 블록도 다 찼고, 더 이상 당겨 쓸 시간도 없는데 일은 밀려들어온다!!!!! (아 이런 젠장 ㅆㅂ) 이 때 앞 글에서 설명한, 자기 시간 분석이 이럴 때 빛을 발합니다. 내가 하는 일들이 분단위로 얼마가 걸리는지 알면, 위 시간표의 일정 중 쪼갤 수 있는 일들을 다 쪼갭니다. 예를 들어서 논문 한 쪽을 읽는데 10분이 걸렸다면 이제 3시간 동안 우아하게 앉아서 책상 앞에서 스탠드 켜고 읽는 것이 아니라 지하철타고 30분 가는 동안 빨리 그 논문 내 소주제 한 장이라도 읽습니다. 보통 자투리 시간이라고 하면 이동 시간, 밥 먹고 남는 10분 15분, 심하게는 쉬는 시간에 화장실 다녀와서 남는 3분 이런 것들을 말하죠. 

블록 덩어리로 만들어두었던 내 일정을 모두 다시 분단위로 머릿속에서 쪼개서 10분짜리 일, 3분짜리 일을 찾아서 그 시간에 던져 넣는 겁니다. 정말 급할 때는 화장실 다녀와서 남는 3분 동안 이 수업 끝나고 도서관에 가서 빌릴 책의 서가 위치를 미리 검색하고 (쉬는 시간이 아니라 수업 중에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질 때도 이런 짓을 함ㅋㅋ) 수업이 끝나자마자 빛과 같은 속도로 뛰쳐나가서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립니다. 뭐 구경하고 자시고 할 것 없이 그 서가에 가서 바로 책을 뽑아서 단말기에 들이밀고 나오는 거죠. 그러기 위해서는 이미 분류기호에 따른 서가 위치를 알고 있다면 좋고요. 지하철이 연착되었을 때에도, 화를 내지 말고!!!! (화내는 시간도 아까우니까.. 아 나 진짜 '모모'에 나오는 회색신사 같아ㅋㅋㅋ) 지하철을 기다리거나 멈춘 지하철 안에서 재빨리 8분짜리 일을 꺼내서 해결하도록 합니다. 



이전 글 참조: 

2016/03/18 - [아날로그로 공부하기] - [자료 수집하기] 4. 대학 도서관 이용하기 (1) 오프라인 자료


*사실 제가 IT 기기를 많이 활용하게 된 것도 이런 것 때문이었어요. 이게 가능하려면 수많은 자료를 결국 가지고 다니고 빠르게 검색해서 빠르게 접속해야 가능하거든요.




마지막으로, 예상치 못한 일들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특히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조교 여러분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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