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 중에 물어보시는 분들이 몇 분 계셔서 아예 새 글을 씁니다. 블로그 검색 유입 키워드에도 '애플 펜슬'이 많더라고요. 저는 애플 펜슬이 더 편했지만, 이번 글이 무조건 '애플 펜슬 신세계다 찬양한다' 그런 글은 아니고요, 필기 목적으로 고려하시는 분들께 제가 생각했던 두 스타일러스의 차이점을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1. 애플 펜슬과 일반 스타일러스 필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팜리젝션'이다.
*아이패드 프로에 애플 펜슬로 쓰는 모습 동영상
**아이패드 에어1에 일반 스타일러스(다이소 천원짜리)로 쓰는 모습 동영상
영상에도 썼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팜리젝션이에요. 팜리젝션은 손바닥의 옆면을 인식하지 않고 스타일러스의 펜촉만을 인식하는 기술을 말해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종이에 펜을 잡고 글씨를 쓸 때에는 손바닥의 옆면이 종이 위에 붙어있어요. 문제는 사람 손가락이 닿으면 자기를 터치하는 줄 아는 태블릿/스마트폰의 액정은 똑같은 자세로 글씨를 쓸 때 스타일러스의 펜촉 뿐 아니라 우리의 손바닥도 자기한테 명령을 내린다고 생각한다는 거죠.
그래서 아래 동영상처럼 일반 스타일러스를 쓸 때에는 확대창을 이용해야 해요. 확대창의 아래 회색 부분이 팜리젝션 부분인데, 제 경우 아예 그 부분을 좁게 해서 손바닥은 탁자에 닿게 하고, 펜촉만 동영상에서 닿는 부분, 즉 화면 하단부에 닿게 합니다.
하지만 애플 펜슬의 경우 위 동영상에서 보다시피 그냥 종이에 대고 쓰는 것처럼 손바닥의 옆면이 닿아도 아무 상관이 없어요. 아이패드 자체에서 애플 펜슬의 펜촉만을 인식하니까요. 그러니까 평소에 글씨를 쓰는 자세 그대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2. 팜리젝션이 제대로 지원될 때 필기 속도가 빠르다.
두 번째 영상처럼 확대창을 이용하게 되면 실제로 자신이 종이에 쓰는 글씨 크기보다 더 큰 크기로 글씨를 써야 해요. 평소에 종이에 폰트 사이즈 12 정도의 글씨를 썼다면 확대창에는 60 정도의 글씨를 써야 하죠. 또 영상에서 보는 것처럼 확대창을 원하는 곳으로 계속 이동을 해 줄 필요가 있어요. (계속 왼쪽에서 오른쪽을 꽉 채우는 줄글만 쓰는게 아니라면요) 그러니 아무래도 손이 화면 전체를 움직이게 되고, 움직임이 더 커져요. 그 말은 곧 한 글자를 쓰기 위해서 손이 움직이는 범위가 더 넓어야 한다는 뜻이에요. 많은 내용을 오래 적다보면 손 근육이 피로해지고, 또 글씨를 쓰는 속도도 더 느리게 돼요. 아무래도 손이 더 넓게 많이 움직여야 하니까요. 그러니 오히려 일반 스타일러스를 이용하실 분들은 아이패드 미니 모델을 고려하시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에요. (아, 그림 목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필기 목적일 때를 말합니다.) 왜냐하면 미니 자체가 화면이 작으니까 전체적으로 움직이는 범위도 더 작아지거든요. 창이 작아서 더 답답할 수는 있지만 이동성과 손이 움직이는 범위를 생각하면 미니가 더 나을 수도 있어요.
3. 애플 펜슬은 필기할 때 소리가 난다.
일반 스타일러스는 고무팁이죠. 그래서 덜 미끄러지는 느낌이고 또 소리도 덜 나요. 두 번째 영상에서 다이소 스타일러스도 조금 소리가 나는 건 제가 뽑기 운이 나빠서-_- 다이소 스타일러스 고무팁 속에 있는 딱딱한 부분이 조금 더 튀어나온 제품이 걸렸기 때문이에요. 일반적으로 고무팁 스타일러스는 소리가 나지 않아요. 저도 저게 세 번째 다이소 스타일러스인데, 앞선 두 개와 벨킨, 와콤 스타일러스는 소리가 나지 않았어요. 반면 애플 펜슬은 미세하게 지속적으로 토독토독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애플 펜슬 최대의 단점인 것 같아요. 공부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요. 도서관이나 강의실에서 쓸 수 없을 테니까요. 저도 10명 미만으로 듣는 대학원 강의실에서 좀 눈치보이더라고요.
4. 애플 펜슬은 일반 스타일러스보다 힘을 덜 주어도 된다.
고무팁을 사용하는 일반 스타일러스는 고무를 밀면서 쓰는 것 같은 느낌이 있기 때문에 힘을 조금 더 주어야 해요. 하지만 애플 펜슬은 마치 접시 위에 플라스틱 아이스크림 숟가락(31가지 맛을 파는 곳에서 주는 것 같은 숟가락?)으로 쓰는 느낌이기 때문에 힘을 덜 주어야 해요. 이건 아마 취향에 따라서 갈리는 부분일 거에요. 제 경우 종이에 글씨를 쓴지 하도 오래 되어서 이제는 힘을 많이 주면 손목이 아파요. 그래서 애플 펜슬의 그 미끄러지는 감촉이 더 편했어요. 하지만 조금 뻑뻑하게 글씨를 쓰는 것이 편하신 분들은 이게 너무 많이 미끄러져서 원하는 글씨체가 안 나오실 거에요.
5. 두 스타일러스 모두 펜촉은 닳는다.
절대 두 스타일러스 모두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은 아닙니다. 둘 다 소모품이에요. 저는 보통 하루에 4~5시간 이상 매일 스타일러스를 사용하는 것 같은데요, 그 정도를 기준으로 할 때 고무팁 스타일러스는 천원 짜리 다이소 모델이 한 달, 몇 만원하는 다른 모델들은 석 달 정도 사용할 수 있었어요. 그 이후에는 고무팁 부분이 너덜너덜해져서, 액정 위에 슬금슬금 검은 고무 가루가 묻기 시작해요. 그러면 곧 그 고무팁이 찢어져서 스타일러스를 새로 사야 해요. 어느 순간 액정과 손에 이상한 가루가 묻기 시작한다, 그러면 고무팁 스타일러스의 수명이 다 한 거에요. 그리고 고무팁도 그 고무의 표면이 어떤지에 따라서 필기가 잘 되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어요. 좀 부드러운 고무팁 스타일러스는 (다이소도 좀 부드러운 편임) 훨씬 더 금방 닳아요. 저는 뻑뻑한 걸 싫어하는데, 그래서 심지어 한 번은 사고나서 까보니까 좀 뻑뻑한 고무팁이라서 부드럽게 만들겠다고 시멘트벽에 문질렀더니-_-(네 알아요 무식한거ㅋㅋ) 며칠만에 닳아서 찢어졌어요. 좀 비싼 거였는데..-_-
애플 펜슬은 고무팁에 비하면 훨씬 덜 닳아요. 12월 첫주에 사서 지금까지 눈에 띄는 변화는 없어요. 그러니 석 달은 잘 쓴 거죠. 하지만 아주 미세하게 닳았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왜냐하면 액정에 부딪힐 때 나는 소리가 덜 날카롭고 좀 더 둔탁하거든요. 그래도 소리 외에 필기감 면에서 차이는 아직 없어요. 아, 애플 펜슬의 경우 여분의 펜촉이 하나 추가로 들어있어요. 한 번 사서 얼만큼 쓰는지는 두 번째 펜촉까지 갈아봐야 수명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생각하면 가성비로는 다이소 천원짜리 스타일러스가 갑이고 (그래서 이건 학교 앞 다이소에서 지난 학기 종강 전에 아예 사재기를 했죠ㅋㅋ), 의외로 애플 펜슬이 두 번째, 몇 만원 하는 고무팁 스타일러스가 더 가성비가 안 좋을 수 있어요. 제 경우 지난 1년 간 4~5만원짜리 고무팁 스타일러스를 3개는 사서 썼으니까요. 하지만 이건 제가 너무 막 써서 그럴수도 있어요ㅋㅋㅋㅋ 그에 비해 애플 펜슬은 한 번 12만 9천원 주고 사서 펜촉 두 개로 1년은 넘게 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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