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순수하게 아날로그적인 공부방법에 대해서는 처음 글을 쓰네요.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어릴 때 우리나라 아동 문학을 읽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것이에요. 어제 올린 글을 쓰던 중에 출판사 '지식을 만드는 지식'에서 '한국동화문학선집'을 오디오북으로도 내놓는다는 소식을 보고 생각이 났어요. 

교육열이 무척 높으신 저희 어머니께서는 제가 만 한 살이 되기 전부터 우리말과 영어를 함께 배우게 하셨어요. 앉아 있는 아기한테 그냥 무조건 틀어주기부터 시작한 거죠. 지금 생각하면 저는 조기유학/조기교육이라는 말 자체가 없던 당시에 엄청난 조기교육의 수혜자였어요. 하지만 어느 집이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세계문학전집은 사지 않으셨어요. 대신 계몽사에서 나온 소년소녀 한국문학 전집을 사주셨어요. 



지금은 자주 보지 않아서 책꽂이 아랫쪽에 꽂혀있어요. 하지만 이 30권짜리 전집을 다섯살때부터 일곱살때까지 - 학교들어가기 전에 살았던 집에서 읽은 기억이 나요 - 적어도 세 번 이상은 보았던 것 같아요. 그 이후에도 보았고요. 그런데 나중에 저는 이 책의 가치를 모르고 중학생 때 이 전집을 내다 버렸었어요. 땅치고 후회했죠. 여러분, 절대 책을, 특히 추억이 깃든 책은, 버리지 마세요ㅠㅠ

그러면 지금 제가 사진을 찍어 올린 전집은 무엇이냐. 네, 중고 시장을 다 뒤져서 구했어요. 다시 30권 세트에 8만원 정도를 주었던 것 같아요. 제 손으로 버리고 다시 사다니.. 그리고 중고로 다시 산 전집 뒤에 있는 편집위원들 이름을 보고 그 때서야 이 책이 단지 추억거리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물론 이 전집은 제게 많은 추억이 깃든 책이었어요. 엄마가 잘 자라고 방 불을 꺼주고 나가면 몰래 스탠드를 켜고 새벽 3시가 될 때까지 책을 읽었거든요. 일곱 살 짜리 아이가. 그 때 그 방 스탠드 불빛, 책 속의 삽화, 책 속의 이야기가 주는 어딘지 모를 쓸쓸한 감성은 참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그런데 제게는 추억인 동시에 상당히 퀄리티 있는 전집이었다는 것은 뒤늦게 알게 되었죠.  


제 이렇게 한국문학, 그것도 어린아이들을 위해서 쓰인 우리나라 동화문학을 읽었던 것이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말해야겠지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리말 독서력을 아주 많이 기를 수 있었어요. 저 위의 사진에서 책 제목을 보시면 알 수 있겠지만, 저기 실린 작품들 중 많은 작품들이 초등학교~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작품이에요. 아마 익숙한 제목의 책들이 보일 거에요. 저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본의아니게 미취학 상태에서 앞으로 9년간 교과서에 실릴 수준의 작품들을 실컷 읽어보고 학교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이런 경험은 책을 읽고 상상하는 능력을 일찌감치부터 길러주었고, 아주 최근의 작품들이 아니라는 점 덕분에 더 다양한 우리말 어휘와 작품들의 시대상을 익힐 수 있는 기회가 되었어요. 아무래도 '글밥'이 많았을테니까요. 또 거의 속독이라 할만큼 책을 읽는 속도도 무척 빨라졌고요. 


아무리 외국어 학습을 일찍 많이 시켜도, 모국어 어휘력과 독서력이 바탕이 되어야 외국어 학습이 효과가 있다고 하잖아요? 어쩌면 제가 조기교육의 실패자가 아니라 수혜자가 될 수 있었던 건 우리나라 동화문학의 힘이 있었던 덕분이었는지도 몰라요. 나중에 저희 어머니께 '엄마, 왜 애들 보는 세계문학전집은 안 사주고 우리나라 동화전집을 사줬어?'라고 여쭈어봤더니, '한국말도 제대로 못하는 애를 무슨 세계문학이야' 하시더라고요ㅋㅋㅋㅋㅋㅋ (세계문학은 나중에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에 '완역판'으로 읽게 하셨어요. 아이들을 위해서 축약되어 나온 건 별로라면서..) 


이후 초등학생 때에는 도서출판 '산하'에서 나온 '산하어린이' 시리즈를 많이 읽었어요. 산하 출판사 블로그에 따르면 (http://www.sanha.co.kr) 벌써 150권 이상이 출간되었다고 해요. 1990년부터 출간하기 시작했고요. 여기 시리즈도 당시에 수십권 읽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늦둥이 사촌동생 집에 가 있답니다. 계몽사 전집만큼 가슴시린 추억이 있지는 않아서 사촌동생에게 줄 수 있었어요ㅎㅎ 아래 사진은 산하 출판사 블로그에서 캡쳐해왔어요. (문제가 된다면 사진은 삭제할게요.) 아래 사진 중에서도 연오랑 세오녀, 서울로 간 허수아비, 하느님의 눈물 같은 책은 표지가 기억이 나네요. 산하 어린이 시리즈도 국내 작가들의 창작 동화 시리즈에요. 


지금도 저는 주변에 유치원 정도 다니는 나이의 아이들이 있는 집에는 우리나라 동화문학을 추천하고 다녀요. 어렵지 않고 재미있으면서 독서력을 기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니까요. 요즘은 좋고 유명한 전집들이 더 많이 나왔지만, 의외로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까지도 그림책 수준의 동화책인 경우가 많고 장편 수준 단행본이나 그림책이 아닌 삽화 정도만 있는 동화문학은 생각보다 구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지인들 선물하려고 찾아보았을 때는 그리 많지 않았거든요. 


어릴 때 읽었던 계몽사 전집 다음으로 가지고 싶은 동화문학 전집은, 이 글을 쓰게 만든 지만지의 '한국동화문학선집' 100권 시리즈에요. 제가 계몽사 전집에서 가장 좋아했던 작가가 '신지식'이었는데, 이 분의 선집도 있거든요. (이 분 알고보니 우리학교 선배님이시라는..!! 역시!!) 당장 급하게 사야 하는 책이 아니라서 계속 미루고 있는데, 언젠가는 손에 넣을 것 같아요. 그 때까지 절판되지 않고 판매나 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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