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시간 관리]에 대해서 연재하면서 써야겠다고 생각했던 한 가지 주제가 바로 '대학원생들의 독서력'에 대한 것이었어요. 사실 대학원생씩이나 되었으면 자기가 좋아서 공부 더 하겠다고 온 거니까 뭐 굳이 이런 내용의 글이 필요하냐 싶지만.. 실제로 동기들이나 후배들에게서 많이 질문을 받은 내용이에요. 어떤 후배는 복도에서 저를 대뜸 잡더니 "선배님!! 영어 논문 읽는데 얼마나 걸리세요?" 하고 묻더라고요. 제가 그걸 왜 묻냐고 하니까 자기가 읽는 게 너무 느려서 발제 준비 하는 데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도대체 남들은 어느 정도인가 궁금해서 묻고 다닌다고 했어요. 또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있는데 방학 때 무엇을 준비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있으면 다들 앞으로 놀 시간 없으니 실컷 놀라고들 하는데, 뭐 그것도 좋겠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조언은 아닌 것 같았어요. 그래서 오늘 글은 제가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권해주었던 방법을 쓰려고 해요. 


이 글은 [대학원생 시간 관리]의, 일종의 번외편에 해당하는데요, 독서력도 시간 관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에요. 자신의 독서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면 당연히 생활에서 시간 관리를 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될 거니까요. 또 독서력은 단지 글을 얼마나 빨리 읽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글을 얼마나 정확하고 자세하게 이해하고, 거기에 얼마나 자신의 견해를 덧붙일 수 있는지 - 비판이든 옹호든 - 를 말하는 것을 뜻해요. 이러한 '읽는 힘'을 잘 키우면 결국 자기 연구를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나아가 전반적으로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을 해 볼 수도 있겠죠. 


그래서 제가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특히 방학처럼 긴 시간이 있을 때 '앤솔로지'를 읽는 것입니다. (이걸 6월이나 12월에 써야 더 많은 사람들이 볼텐데 꽃놀이하는 이 봄날에 쓰니 누가 보겠나 싶네요ㅋㅋㅋ) 대학원 입학을 앞둔 분들께 추천하고 싶어요. 


*이 글도 주로 인문/사회계 대학원생들에게 해당되는 내용입니다. 또 우리말이 아닌 외국어 자료를 더 많이 읽어야 하는 대학원생들을 염두에 두고 썼습니다. 

**제가 서양철학 전공이라 (아무리 블로그에서 감춰보려고 해도 다 티가 나므로 여기까지는 공개하겠음ㅋㅋㅋㅋ) 책 추천은 한계가 있습니다. 다른 분야의 경우 해당 전공자들을 통해서 좋은 책을 찾도록 하세요^^^^




1. 앤솔로지란?


앤솔로지(Anthology)는 여러 글을 모아 놓은 선집을 말합니다. 옴니버스 프로그램을 말하기도 하고 여러 아티스트의 음원을 모은 음반을 말하기도 하는데 오늘 제가 쓰는 글에서 말하는 것은 각 전공별로 자신의 분야에서 여러 저자들의 읽을만한 글들을 모아놓은 책을 말합니다. 




2. 추천하는 앤솔로지 시리즈 (영어 자료 한정)


1) Oxford Handbooks (http://www.oxfordhandbooks.com)


옥스포드 핸드북 시리즈는 엄밀히 말하면 각 분야의 고전(?)들을 모아놓은 책은 아닙니다. 각 분야에서 고전으로 여겨지는, 꼭 읽어야 하는 논문들을 모아 놓은 책은 아닌데, 오히려 요 몇년간의 현대적인 관점에서 한 분야를 개괄하기에 좋습니다. 한 분야가 지금까지 역사적으로는 어떤 발전을 해 왔고 또 현재 어떤 내용들이 논의되고 있는지, 논의되고 있는 주제와 영역들을 무엇인지 한 눈에 보기 좋습니다. 단, 두께가 상당하고 가격도 상당합니다. 


옥스포드 핸드북의 장점은, 온라인 개인 회원권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분야별로 3개월간 무제한 열람권을 끊을 수 있는데요, 학교 도서관에서 이 자료를 아예 온라인 버전으로 따로 구독해주고 있다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차라리 3개월 개인 회원권을 신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2) Blackwell Companion/Guide to ... (http://www.blackwellreference.com/public/)


블랙웰 컴패니언 또는 블랙웰 가이드 시리즈도 각 분야별로 출판됩니다. 옥스포드 핸드북이랑 성격은 비슷한데, 조금 더 오래 된 시리즈로 알고 있습니다. 위 사이트로 들어가면 철학뿐 아니라 각 분야별로 도서 목록을 볼 수 있습니다. 




3) Blackwell Anthologies (http://as.wiley.com/WileyCDA/Section/id-324341.html)

학술지에 실렸던 논문들을 주제별로 분류하여 선별한 시리즈입니다. 각 분야의 '고전'이라고 할, 꼭 읽어야 하는 논문들이 선별되어 있습니다. 



4) 이 외 추천 자료

a. 선배들/지도교수님께 여쭤보아서 미리 읽으면 좋을만한 개론서를 추천받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b. 학위과정 자격시험 또는 종합시험과 관련한 도서 목록을 과사무실에서 제공해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는 과 홈페이지에 아예 읽을만한 도서 목록이 있는 경우도 있고요. 미리 찾아서 읽는 것도 좋고, 자신의 세부전공에 해당하는 책들을 알아두면 좋습니다. 


*영어권 자료가 아닌 경우 해당 전공에서 '바이블' 격으로 알려진 단행본이나 논문들 있을텐데 그런 자료들을 찾으면 도움이 됩니다. 자료들이 앤솔로지 형태가 아닌 경우 각각 따로 구해도 괜찮고요. 




3. 독서력 향상을 위해서 앤솔로지 읽는 방법 (1)


1) 앤솔로지에 실린 수많은 글을 모두 다 읽으면 좋겠지만, 우선 가장 관심이 가는 분야의 글 또는 가장 많이 들어본 분야/학자의 글을 골라냅니다. 인트로덕션 섹션도 추천합니다. 전체적인 배경을 알기에 좋기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자신이 3회독을 할 수 있는 양만큼만 골라냅니다. 


*시간 관리에 대해서는 이전 글을 참조하세요. 


2016/04/03 - [아날로그로 공부하기] - [대학원생 시간 관리] 1. 자신의 시간 분석하기


2016/04/04 - [아날로그로 공부하기] - [대학원생 시간 관리] 2. 시간표 짜기: 고정 블록과 유동성 블록


2016/04/05 - [아날로그로 공부하기] - [대학원생 시간 관리] 3. 시간 관리를 위한 몇 가지 방법


2016/04/06 - [디지털로 공부하기] - [대학원생 시간 관리] 4. 직접 사용 중인 앱 소개



2) 여러분이 대학원 입학을 앞둔 학생이거나, 해당 언어에 (위의 경우 영어) 약한 학생이라면, 1)에서 고른 논문들에 모르는 단어가 수두룩 할 겁니다ㅋㅋㅋㅋ 우선 내용 이해는 둘째치고, 1회독을 하면서 해당 분야에서 사용되는, 해당 언어의 단어 뜻부터 익히도록 합니다. 아마 앤솔로지 자체의 번역본은 없는 경우가 더 많을테니, 관련된 국내 번역서를 참고해서 보는 것도 좋습니다. 바른 번역을 알기 위해서 여러 번역서를 보는 것도 좋고요. 


3) 2)에서 찾아낸 모르는 단어들을 직접 단어장으로 만들고, 외웁니다. 


*[어휘력 기르기] 연재에서 3번, 4번, 7번이 도움이 될 겁니다. 


2016/03/26 - [아날로그로 공부하기] - [어휘력 기르기] 1. 사전의 종류


2016/03/27 - [디지털로 공부하기] - [어휘력 기르기] 2. 직접 사용하고 있는 사전 앱 소개


2016/03/28 - [디지털로 공부하기] - [어휘력 기르기] 3. 단어 암기용 플래시카드 앱 추천


2016/03/29 - [아날로그로 공부하기] - [어휘력 기르기] 4. 노트접어 병풍 단어시험 보기


2016/03/30 - [디지털로 공부하기] - [어휘력 기르기] 5. 어원으로 한자 외우기


2016/03/31 - [디지털로 공부하기] - [어휘력 기르기] 6. Kindle의 Vocabulary Builder 이용하기


2016/04/01 - [디지털로 공부하기] - [어휘력 기르기] 7. 엑셀로 단어장 만들기


2016/04/02 - [디지털로 공부하기] - [어휘력 기르기] 8. 별책 앱 소개



4) 만약 해당 언어에서 기본적인 어법도 부족한 상태라면, 어법 공부도 따로 하도록 합니다. 시험볼 목적은 아니니까 구문 분석 및 독해력을 키우는 쪽으로 어법 공부의 방향을 잡으세요.


5) 2회독을 하면서 글을 다시 이해해봅니다. 이 때는 요약 정리를 해 가면서 읽는 것도 좋습니다. 


6) 3회독을 하면서 저자의 의견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정리합니다. 




4. 독서력 향상을 위해서 앤솔로지 읽는 방법 (2)


이 방법은 (1)의 방법과 비슷하지만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 있습니다. (1)은 주로 단어에 초점이 맞추어진 방법이라면, (2)는 (1)을 하기에는 구문 분석 실력이 부족할 경우, 또 단어를 따로 외우거나 어법을 따로 익히기 버거운 경우, "나는 단어나 어법을 따로 공부하기 싫다, 한 큐에 다 때려잡고 싶다"는 경우에 사용합니다. 


1) 번역서가 있는 앤솔로지나 개론서를 택합니다. 2에서 소개한 책들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세부 전공과 맞는 책으로 택하도록 하세요.  여러 번역서의 서로 다른 챕터들을 택하는 것도, 번역을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방법입니다. 


2) 책의 일부 챕터 또는 전체를 스스로 완역을 해 봅니다. 제목부터 각주/미주에 이르기까지 직접 번역을 해 보는 것입니다. 


3) 한 문단의 번역이 끝날 때마다 번역서를 보고 확인합니다. 내가 어디에서 문장을 잘못 끊고 있는지, 내가 어떤 단어의 뜻을 다르게 알고 있는지 체크하면서 확인하도록 합니다. 일부러 다 끝나고 확인하지 않고 한 문단의 번역이 끝날 때마다 확인하라고 하는 것은, 그래야 실수를 줄이기에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아니, 왕창 다 틀린 다음에 다 다시 때려고치려고 하면 시간이 얼마나 많이 걸리겠어요??ㅋㅋㅋ


4) 3)에서 확인한 후 뜻을 외워야 하는 단어/숙어/구문을 따로 정리해서 외웁니다. 엑셀로 단어장을 만든 후 오름차순으로 정리하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그러면 나중에 abc/ㄱㄴㄷ 순으로 찾아볼 수 있어서, 나만의 사전을 만들 수 있습니다. 


5)~6)은 (1)과 같습니다.


*(2)번 방법과 관련된 예시는 필기 연재 중 대학원 편에서 한 번 등장하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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