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기의 끝판왕] 16. 대학원 (4) 아날로그+디지털: 석사 논문 작업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 공부 시간 중 가장 암흑기였던 석사 논문 쓰던 시절로 돌아가야겠네요. 많은 분들이 논문 학기에 무엇을 어떻게 할지 많이 고민하실텐데요, 각자 자신에게 맞는 방법이 다르겠지만 제 방식이 도움이 되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료를 정리해보았습니다. 

1. 많이 읽으세요. 

관심있는 주제를 잡으면 우선 읽기부터 시작하세요. 역사적인 맥락에서 논의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도 살펴보고, 그 중 구체적으로 내 입장은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찾으세요. 내 입장은 기존의 입장을 옹호하거나 비판을 하는 것일 수도 있고, 또 그 옹호나 비판을 새로운 방식으로 제시하는 것일 수도 있고, 제3의 입장을 제시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위 사진은 제가 읽은 논문들과, 그 논문들을 다시 요약정리한 자료를 스크랩해둔 파일이에요. 두께가 5~6센티되는 클리어 파일이 꽉 찰 정도로 나왔어요. (비닐 하나에 종이 한 장을 넣은 것이 아니라 논문 한 편을 넣었음) 저는 심사 때도 '공부 많이 했구나'라는 평을 받았어요.

2. 읽은 자료들 간의 연관 관계를 찾으세요. 

당시 사용한 마인드맵은 웹기반인 mindmeister였는데, 연 회원권이 5~6만원으로 비싸서 지금은 맥/iOS의 iThoughtX와 Xmind로 갈아탔어요. 위 사진은 mindmeister에서 제작한 마인드맵이에요. 제가 관심을 가진 주제 하나를 놓고 1에서 읽은 논문과 단행본들이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그 연관 관계를 찾아 보기 위해서 만든 마인드맵이었어요. 일종의 '논의들의 지도'를 만든 거죠. 꼭 마인드맵 방식이 아니어도, 본인이 읽은 자료들 사이의 연관 관계나 줄기를 반드시 파악하세요. 그러면 내 입장은 지도 상 어느 위치에 있는지 더 잘 알게 된답니다. 

3. 글을 수정할 때마다 덮어쓰지 말고 새로 저장하세요. 

저는 날짜별로 기록했었어요. 이렇게 정하면 내 생각의 흐름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문단을 확 지웠다가 나중에 '아이 씨 그 때 뭐라고 썼더라 지금 그 문단이 다시 필요한데' 할 수 있어요ㅋㅋㅋㅋ 그러니까 절대 글을 함부로 삭제하지 마세요. 

4. 브레인스토밍은 결국 개요의 초안입니다. 브레인스토밍을 무시하지 마세요.

저는 저 연습장 한 권에 일년 동안 생각나는 아이디어, 논문 읽다가 요약 정리한 것들을 썼어요. 그런데 아래 보시면, 결국 그 내용이 나중에 다 논문에 담기더라고요. 그리고 개인차가 있겠지만 제 경우 항상 저런 초기 브레인스토밍은 그냥 아날로그 연습장에 볼펜이 최고더라고요ㅋㅋㅋ 

연습장에 메모했던 내용이 최종본에 결국 그대로 들어갔어요. 당연히 수정한 버전이지만, 아이디어 자체는 크게 바뀐 것이 없거든요. 그러니까 생각나는대로 자유롭게 메모한 것을 버리지 마세요. 그리고 그 메모들 사이의 연관성, 유기성, 그 메모들 각각의 가치를 찾으세요. 그게 결국 자신의 아이디어를 위한 밑거름이 되거든요. 

사실 자기가 쓴 글은 나중에 보면 다 쓰레기고 똥이에요. 저도 이 포스팅을 하느라고 저 노트 뒤져보았다가 '내가 이렇게 열심히 했구나'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오 씨 이거 다 불태워야지' 하는 생각도 했어요ㅋㅋㅋ 저는 심지어 이 블로그에 끄적끄적 써놓은 것들도 퇴고할 곳이 한 두 군데 눈에 띄는 것이 아니에요 ㅋㅋㅋㅋ 하지만 그 과정을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그리고 한 번 낸 논문을 가지고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히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것 같아요. 저는 그거 깨닫기까지 2년 걸려서, 2년 동안 망설이고 (제 기준에서 볼 때에는) 아무것도 못한 시간이 있었어요.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시체처럼 지낸 건 아니었지만, 용기가 없었던 거죠. 대학원생 여러분, 용기를 가지세요. ^^ 어차피 우리 모두 다 실력은 형편없으니까요 (아하하하하하-_-)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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