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린이날이네요. 어린이날에 조기교육을 이야기하다니 무언가 인권침해를 하는 기분이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연재를 하겠습니다. 오늘부터는 24개월 이후, 즉 우리나라 나이로 3세 이후의 조기교육 경험을 다루고자 합니다. 3세부터 취학 전까지의 내용입니다. 



1. 조기교육 과목 및 시기


3세부터 취학 전 시기에 걸쳐서, 드디어 한글을 배웠습니다. 한글을 4세? 5세 정도에 배웠는데요. 말이 느렸던 것에 비하면 말문이 터지고 나서 한글은 빠르게 익힌 편이라고 해요. 영어도 계속 했습니다. 그리고 5세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서 중3 때까지 배웠습니다. 그 외 종이접기, 각종 만들기 등으로 무언가 꼬물꼬물 쓸데없는 쓰레기들을 계속 생산해냈고요ㅋㅋ 지금 생각하면 자연체험이나 스포츠가 좀 부족했어요.  



2. 가족 환경


초등학교 1학년 가을에 외가로부터 분가했으니 이 시기까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엄마, 아빠와 함께 살았고요, 이모가 시집을 가서 분가를 했습니다. 식구가 하나 줄었어요. 하지만 곧 이모 아들이 태어나고 자주 놀러와서 오히려 더 북적이게 되었어요.


아,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다니지 않았어요. 입학해야 하는 시기에 폐렴으로 입원해서 때를 놓쳤는데, 결원이 생기면 보내려고 뒤늦게 동네 유치원을 찾았더니 원장실에서 간단한 문제를 풀어보게 하니까 나이에 맞는 반에 들어가기에는 테스트 결과가 높고 나이보다 높은 반에 들어가기에는 체구가 작아서 따돌림을 당할 것 같다고 해서 아예 보내지 않는 쪽을 택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집에서 순전히 엄마 품에서 이런 저런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3. 교육 방법


(1) 우리말

자모음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배우지 않고 통글자 형식으로 배웠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서 "'인천백화점'이라는 글자를 보고 '인어공주'의 '인'이다!" 라고 외쳤다고 하더라고요. 또 동화책을 가족들이 엄청 많이 읽어주고, 그 다음에는 외출할 때마다 제가 간판에서 아는 글자를 읽었대요. 저뿐만 아니라 제가 네 살 때 태어났던 제 사촌동생도 같은 방식으로 배웠습니다. 다행히 일단 한글을 배운 이후에는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져서 2년만에 동화책 전집을 직접 읽을 정도가 되었어요. 



미키마우스가 달린 연필로 쓰고 있는 내용은 '소라', '자라', '오리' ㅋㅋㅋㅋㅋㅋ 사진에 찍힌 년도를 보니 제가 3월생이니까 우리나라 나이로 다섯 살 때 사진이네요. 만으로는 4세 6개월 정도에요.



(2) 영어

본격적인 비디오 시청 시기가 시작됩니다.. 자세한 건 내일 포스트에 나올 예정이에요.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비디오를 사서 모았고요, 다른 애니메이션은 대여점에 만원씩 예치금 걸어놓고 실컷 빌려다 봤어요. 그 외 (영어와 우리말 모두) 읽는 글의 수준이 좀 더 높아지고 양도 많아졌어요. 이 때에도 학습을 한다거나 교육을 받는다는 인식은 없었고, 문제풀이 형식의 교재도 접한 적이 없었어요. 테스트를 받지도 않았고 문법은 전혀 접하지 않았어요. (문법은 중학생 되어서야 처음 접함) 아, 오디오북도 이 시기부터 접했어요. 



(3) 음악

우선 피아노를 배웠어요. 다섯 살 1년은 학원을 다니다가 이후 개인레슨 선생님께서 집으로 오시게 됩니다. 다니던 학원이 엄마 친구분이 하시던 곳이었는데 개인레슨 선생님도 학원을 통해서 소개받았고요. 피아노 선생님과는 사이가 정말 좋았어요. 젊은 대학생 분이셨는데 언니 같아서 많이 친했어요. 수업이라기보다 언니랑 노는 기분이었거든요. 선생님 오시는 날은 엄마가 간식도 엄청 맛있는 것 많이 만들어 주셨고요ㅋㅋㅋ 막 집에서 한 튀김이랑 케익, 파이 등등. 그리고 발레 비디오도 많이 봤어요. 아, 클래식 음악은 여전히 백색소음처럼 자주 틀어두었고요. 



취향이 그 때는 공주공주였는지 옷이 죄다 원피스에 드레스.. 동화책보다가 입고 싶은 옷 있으면 엄마한테 만들어 달라고 했어요. 그걸 또 진짜로 만들어주셔서 입고 다녔고요. (내 리즈시절은 저 때야ㅠㅠ 지금은 몸빼바지와 혼연일체..)



(4) 미술

따로 배우지는 않았지만 엄마가 미대 출신이시니 집에 늘 도구가 많아서 그저 무궁무진하게 만들어댔습니다. 좀 비싼 종이 이런 것들 많았는데 마음대로 다 갖고 놀았어요. 레고도 듀플로부터 시작해서 (10개월  때 사진에도 듀플로 박스를 깔고 앉은 사진이 있더라고요) '파라다이스'라는 핑크색 시리즈를 다 모았는데 (이것도 아직 베란다에 다 있어요, 사진은 깜빡했네요) 레고로도 성에 안 차서 나중에는 도화지와 구슬, 천, 클립, 철사 등을 가지고 아예 이층집을 직접 만들기도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손으로 뭐 만든 기억이 제일 많아요. 종이접기도 엄청 했어요. 



(5) 그 외

거의 매일 동네 서점에 들러서 읽고 싶은 책을 한 두 권 씩 골라서 샀어요. 앨범을 뒤져서 사진에서 그 동네 거리가 조금 찍힌 사진을 가져왔는데, 서점이 있는 그 길에 빵집도 있었고 나중에는 아이스크림 가게도 들어왔거든요. 모퉁이를 돌면 비디오 대여점도 있었고요. 맨날 엄마랑 나가서 책도 사고 오는 길에 까까도 먹고 비디오도 빌려오고 - 아, 비디오 가게 있는 건물에 문구점이 있었다! - 문구점에서 색종이도 더 사오고.. 집에 오면 책도 읽고 비디오도 보고 뭐 만들기도 하고.. 피아노도 치고.. 실컷 놀았어요. 또 엄마가 나온 대학 캠퍼스도 가끔씩 놀러갔어요. 엄마는 꼭 그 대학을 가길 바란 건 아니라고 하는데, 결국 거기 들어가서 박사까지 하고 있으니 엄마 바람대로 된 거네요. 






4. 목표


(1) 적성 찾기

저희 엄마가 계속 저를 관찰하셨다는데, 어린 아기가 오래 앉아있는 것만으로는 뭐를 좋아하는지 알 수 없었어요. 그래서 이 시기에 여러 가지를 시켜보았는데, 야외활동과 스포츠는 너무 싫어해서 일찌감치 탈락했어요. 미술은 소질은 어느 정도 타고 났지만 끈기가 없었고, 음악도 음감은 괜찮았지만 미술보다 끈기가 더 없었고요. 그래도 악기 하나는 다룰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해서 배우기는 계속 배웠어요. 그나마 뭘 읽고 보는 걸 제일 좋아한다는 점, 우선 거기까지 발견할 수 있었어요. 


(2) 단계별로 교육수준 높이기

다음 단계 교재를 스윽 밀어주는 건 이 때도 계속 되었어요. 비디오를 자막 가리고 어느 정도 외울 만큼 봤다 싶으면 스토리북을 미리 사놓는 거죠. 



5. 내가 생각하는 효과


(1) 정서적 자원 

일단 여러 가지 활동을 해보고 여러 스토리를 접하면서 정서적 자원이 생겼던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지금도 공감능력이 좋진 않은 편인데, 그나마 이렇게 여러 스토리들을 접하면서 자라서 한 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건 엄마가 의도한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어요. 어쨌거나 굉장히 많은 스토리에 노출되었고, 당시에 접한 것들이 거의 지금의 제 취향을 결정지은 것 같아요. 전에 소개한 적 있는 한국아동문학을 통해서 우선 우리말로 된 이야기를 읽은 것도 이 시기 후반부입니다. 


2016/03/16 - [아날로그+디지털 공부법] - [독서력 기르기] 아이들에게 우리나라 창작 아동 문학을 권합니다.


그리고 디즈니를 포함해서 다양한 애니메이션과 스토리북도 엄청 많이 보았고요. 비디오는.. 대여점에 가면 비디오가 칸별로 꽂혀있잖아요, 그 칸에 꽂힌 비디오를 다 보고 나면 다시 옆칸으로 옮겨가서 옆칸 비디오를 다 보곤 했어요. 처음에는 아동용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한 것이 점점 영화로 넘어가게 되었는데, 학교 들어가기 전인 이 시기까지는 아직 아동용 애니메이션에 머물러 있었어요. 가족들이 영화를 굉장히 좋아했던 것도 영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외에도 서점에 갈 때마다 매번 여러 가지 책을 사왔으니 읽을 것이 아주 많았어요. 



(2) 이해력 및 독서력

활자로 된 스토리도 많이 접했지만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통해서도 여러 스토리를 접하다보니 상황을 이해하는 능력이 많이 길러진 것 같아요. 글을 읽을 때 행간을 읽거나 분석하는 능력에 대한 씨앗이 이 당시에 뿌려진 것 같아요. 


(3) 통문장 학습

다양한 스토리를 접하고, 또 좋아하는 이야기는 책이든 비디오든 질릴 때까지 반복해서 보았어요. 그래서 우리말이든 영어든 대사나 문장을 통째로 외우는 일이 많았어요. 뭐 어법이나 조합 원리 등을 아예 배우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었던 것 같기도 해요. 


(4) 자기 생각 기르기

그리고 이렇게 읽고 본 내용들을 집안 식구들에게 늘 떠들어댔어요. 아, 지금도 기억나는게ㅋㅋㅋㅋㅋㅋ 디즈니 '미녀와 야수'를 보면 야수가 글을 못 읽어서 벨이 글을 가르쳐주는 장면이 있어요. 그걸 보고 엄마에게 "엄마, 쟤는 글도 못 읽는다? 근데 쟤 책은 엄청 많아" 라고 했다고ㅋㅋㅋㅋ (그런데 그걸 까맣게 잊고 있다가 요 몇 달 전에 애니메이션을 다시 보고 나서 친한 언니에게 "언니, 그 자식 까막눈인데 책만 무지하게 많아요. 결국 책은 벨한테 잘보이는데 써먹었어"라고ㅋㅋ 그 얘기를 다시 엄마에게 했더니 엄마가 너 어릴 때도 똑같이 말했다고 알려주시더라고요.) 아무튼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다니지 않아서 단체생활은 안한 반면, 집에서는 자기가 말하는 걸 가족들이 다 받아주다보니 자연스럽게 손 들고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이 전혀 두려움이 없는 성격이 되었어요. 


(5) 혼자 공부할 수 있는 호기심

자기 생각을 억누르지 않는 환경에서, 무엇이든 주어지고 무엇이든 내키는 대로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었으니 어릴 때의 호기심이 학교 들어갈 때까지 계속 유지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시기가 공부 방법을 발전시킬 수준은 아니었지만 공부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있는 원동력이 생겼다고 생각해요. 이 시기는 하루하루가 알차고 행복했고, 하던 것들은 다 재미있었어요. 그 떨림이나 설렘을 아직도 가지고 있고, 지금은 그 떨림/설렘을 무언가 새로운 걸 배우거나 응용하거나 다시 제 것으로 표현할 때 느끼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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