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8세에서 10세,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의 조기교육 체험기를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이후에는 적기교육으로 넘어갔으니 조기교육이라고 할 만한 것은 이 시기까지네요. 



1. 조기교육 과목 및 시기


초등학교에 들어간 후 저학년 때까지 영어와 수학을 중점적으로 했습니다. 기존에 하던 것에 영어와 수학 개인 과외가 추가되었고요, 특이하게 컴퓨터도 잠깐 개인 과외로 배웠어요. 보통은 이 시기가 아니라 이 이후 시기부터 영어와 수학을 중점적으로 하는데 저는 오히려 반대였어요. 대신 이 시기 이후 일반적으로 사교육을 많이 시키는 중고등학교 시기에는 사교육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혼자서 공부 계획을 세워서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리고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제 컴퓨터를 갖게 되었어요. 세진 컴퓨터와 큐씨네 프린터를 가지게 되었죠. 초등학교 2학년 때에는 두산동아 백과사전 30권 전집을 가지게 되었어요. 모르는 것이 있을 때 찾아볼 수 있는 루트가 생기면서 공부 방법을 스스로 찾아내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2. 가족 환경


외가로부터 분가를 했습니다. 엄마, 아빠, 저 이렇게 세 식구만 살았는데, 초등학교 2학년부터 엄마께서 다시 미술 선생님으로 출근을 하기 시작하셨어요. 하지만 엄마의 부재를 느낀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학교에 있을 때 엄마도 근무 중인 학교에 있었으니까요. 사립 초등학교를 들어갔기 때문에 다양한 방과후 활동을 했고 스쿨버스에서도 저희 집이 노선 끝쪽이어서 제가 엄마보다 집에 늦게 왔어요. 



3. 교육 방법


(1) 일대일 개인 과외: 영어/수학/피아노/컴퓨터


영어/수학 각각 개인 과외를 받았어요. 하지만 이 때에도 공부를 한다거나 교육을 받는다는 인식은 전혀 없는 상태에서 개인 과외를 받았어요. 과외를 받는 상태인데 과외를 받는다는 것 자체를 몰랐던 거죠. 이게 가능했던 건, 선생님들이 엄마 친구분들이셔서 가능했어요. 워낙 어릴 때부터 봐 온 이모/삼촌 같은 사람들이고 그 집 아이들이 갓난 아기였을 때부터 우리집에 놀러왔으니까요. 그냥 "요즘 뿅뿅 이모가 자주 놀러오는데 올 때 책을 가지고 오는구나" 이 정도 수준이었어요. 당시 영어를 봐주셨던 선생님은 엄마의 초등학교 및 대학교 동창분으로, 저희 학교 사범대를 나오셨고 남편과 함께 학원을 하신 분이었어요. (지금은 저에게도 대학 선배이신 엄마의 베프님^^) 그 남편분이 제 수학 선생님이 되어 주셨고요. 이 집 딸들하고도 친했고 또 수업이 끝날 때 쯤에는 이 집 딸들도 놀러오곤 했어요. 수업 끝난 후 다 같이 외식을 하거나 놀러갔고요. 이 때도 철저하게 속은 거죠, 공부하는 건 줄 몰랐어요. (너무 편한 사이라서 막 내복입고 수업 중에 누워있고 그랬음..ㅋㅋㅋ)


아, 그런데 이 때에도 그랬고 이후 중고등학생 때에도 그랬지만, 절대 한 학기 이상의 선행학습은 하지 않았어요. 한 학년도 아니고 한 학기까지만 방학 때 미리 예습하는 정도로요. 일단 제가 너무 미리 하는 걸 싫어하기도 했고, 과도한 선행학습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저희 엄마의 원칙 중 하나였어요. 지금도 저는 "너무 많은 양을 예습하면 다 까먹는다"고 생각해요ㅎㅎ



초등학교 2학년 때, 수업하러 오신 엄마 베프님과 찍은 사진이에요. (이 분의 리즈시절은 저 때였능가봉가-_- 지난 주 우리집에서 우리 엄마랑 맥주 마시고 가신 분 맞나요ㅋㅋ)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놀았던 것은 아니고, 고생하신 두 선생님들께서 좋은 교재를 써주셔서 그동안 잡다하게 머릿속에 들어간 내용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어요. 영어는 본격적으로 EFL 코스북을 시작했어요. (사진 속 책꽂이에도 꽂혀있는 것이 보여요) 수학은 따로 문제집을 나갔던 것 같아요. 


피아노는 다섯 살 때부터 배웠던 선생님께 계속 하다가, 9살 때 선생님께서 결혼&유학을 가시면서 다른 선생님을 소개받아서 계속 했어요. 그 이후로 피아노 개인 과외는 중3때까지 했고요. 총 네 분의 선생님에게 배웠어요. 음대 갈 생각 전혀 없었지만 (강제된) 취미로 계속 했고요. (아 이건 진짜 그냥 엄마 압력으로 계속 함.. 첫 번째 선생님 이후로 많이 좋아하진 않았어요.) 그래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음악부장 맡아서 늘 노래 안 부르고 피아노 반주했고, 조회할 때 애국가랑 교가 지휘했어요. 

아, 에피소드가 하나 있어요. 고1 때 원래 단소로 수행평가를 보기로 했는데 저희 반이 절반 정도가 단소를 아예 소리도 못 냈어요(저 포함). 그래서 음악 선생님께서 열받으셔서 "야, 너네 반은 아무거나 각자 제일 잘 하는 악기로 해라" 그랬는데 그게 또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어서 결국 1학년 전체가 다 원하는 악기로 수행평가를 보게 되었어요. 저는 쇼팽을 쳤는데 음악 선생님께서 끝나고 남으라고 하시더니 "음대 갈 생각 없냐, 지금부터 시작해도 가능성 있다, 악기하기 좋은 손이다" 등등 길게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말씀하시다가 성적은 몇 등이나 하냐고 물어보셔서 "아 이번 시험 전교 (한 자리 수) 등 했는데요.." 하니까 잡고 있던 제 손을 확 놓으시더니 두말않고 "응~ 공부해라!!" 하셔서 바로 교실로 내려왔어요..ㅋㅋ

그런데 지금은 놓은지 몇 년 되어서 진짜 못 치네요ㅠㅠ 


컴퓨터 과외가 좀 특이한 점인데, 이건 길게 하지는 않았고 초등학교 2학년에서 3학년 올라가던 겨울방학이었나 그 때 잠깐 주1회씩 사촌동생과 함께 - 그럼 그룹과외인가 - 집으로 오시는 선생님께 배웠어요. 기본적인 컴퓨터의 구조나 부품들의 역할, OS 이런 걸 배웠어요. 이 분도 엄마 친구의 동생분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2) 독서량 늘리기

며칠에 한 번 서점에 가서 읽고 싶은 책을 사오거나 하는 일은 계속되었어요. 아, 이 즈음부터 동네에 있는 서점뿐 아니라 광화문 교보문고처럼 큰 서점이나, 외국어 전문 서점에 가기도 했어요. 아빠랑 차를 타고 도매급 창고 서점에도 갔고요. 또 학교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추천도서를 소개해주었는데 거기 나오는 책들을 모두 읽었을뿐 아니라 그 작가의 다른 책들, 그 시리즈의 다른 책들을 더 구해서 읽었어요. "공부"는 딱 학교 숙제만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어릴 때와 마찬가지로 계속 책 읽고 비디오 보고 놀았어요. 레고도 계속 하고 사촌동생 괴롭히면서 놀기도 하고. 과외 숙제는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기억이 안 날 정도니 매우 적었겠죠? 숙제가 있어도, 안 한다고 누가 혼내는 분위기는 아니었는데, 칭찬 받는 게 좋아서 잘 했던 것 같아요. 




읽는 책이 조금 수준이 높아졌어요. 영한 대역문고였는데, 사실 지루하고 책이 안 예뻐서 별로 좋아하진 않았어요. 




이렇게 예쁜 책을 좋아했어요ㅎㅎ 오디오북을 주로 들어서 정작 책은 깨끗하네요. 


이전에 소개한 우리나라 동화문학 전집과 산하어린이 시리즈가 중간에 보이고요. 


2016/03/16 - [아날로그+디지털 공부법] - [독서력 기르기] 아이들에게 우리나라 창작 아동 문학을 권합니다.





(3) 아동용 애니메이션에서 영화로 

이전에는 디즈니 애니메이션만 보고 샤방샤방한 공주들만 봤다면, 이 때부터는 더 다양한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접했어요. 팀 버튼 영화를 처음 본 게 이 때였으니까요. 또 이 즈음에 케이블 TV가 생겼는데, 당시에 일본 문화 개방 전이어서, 애니메이션 채널에서 미국 60년대 애니메이션을 많이 방영해주었는데 그걸 많이 봤어요. 우리말 더빙도 보고 자막 있는 것도 보았고요. 



(4) 컴퓨터는 네 맘대로

망가뜨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없이 이것저것 눌러보고 이것저것 깔아보고 써봤어요. 그림판과 타자연습부터 시작해서 윈도우 95뿐 아니라 MS DOS로 넘어가서 도스 게임도 해보고 모뎀으로 인터넷 접속해서 하이텔 나우누리 이런 곳도 들어가보고요. 그냥 마냥 신기했던 것 같아요. 학교 친구들을 통해서 게임도 알게 되어서 밤 늦게까지 게임을 해 볼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하루 이틀 그렇게 하고 나면 질려서 많이 하진 못했어요. 일단 제가 순발력이 부족해서 게임을 되게 못하거든요. 자꾸 게임 오버만 뜨니 재미가 없었죠. 


어린이 훈민정음 참 좋아했어요ㅎㅎ "매직 샵"은 게임식 영어 교육 프로그램이었어요. 이런 교육용 소프트웨어도 재밌게 잘 썼어요. 


4. 목표


취학 전에 혼자 보고 들은 것들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학교 공부 잘 따라가게 하기, 나중에 고학년 되어서 고생하지 않도록 기초 탄탄히 잡아주기, 과외 선생님들 통해서 좋은 교재 정보 얻기, 이 정도였다고 합니다. 



5. 내가 생각하는 효과


(1) 이전 교육의 연장

3세~7세 때 한 것을 이 시기에 멈춘 것은 아니었어요. 3세~7세 때의 교육이 24개월 이전 교육의 연장선이었다면, 이 이후에는 모든 것이 더 심화되었어요. 태어나서부터 모든 교육의 과정이 다 누적이었고, 어떤 것 하나 중간에 끊어서 손을 더 이상 대지 않았던 것은 없었어요. 

피아노도 여전히 개인 지도를 받고 있었고, 클래식 음악은 여전히 집에서 자주 들었지만 이제 빈도수가 조금 줄어들었고 대신 그 자리를 가사가 영어인 다른 곡들이 차지했어요. 또 피아노를 배우는 중이었으니 제가 배우고 연습하는 곡들을 자주 CD로 들었어요. 많이 듣고 비슷하게 치려고 노력하면 피아노 연습을 조금 덜해도 된다는 걸 터득하고 꾀가 나기도 했어요ㅋㅋ 이 시기부터 사실 피아노는 이게 교육이고 강제라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는데, 그래서 피아노는 싫었지만 첫 번째 선생님이 너무 좋아서 계속했어요. (이 쌤 지금 뭐하실까 궁금하다..)

영어도, 개인 과외를 받는다고 해서 제가 골라서 읽었던 책이 줄어들었던 건 아니었어요. 반대로 이제는 제가 골라서 읽은 책 중에 모르는 부분이 있었으면 선생님이 오시는 날 궁금한 부분을 여쭈어볼 수 있었어요. 수학만 새롭게 등장한 과목이었는데, 원래 알던 분이 선생님이었으니까 거부감이 없었죠. 또 수학조차도 수학에 관한 책을 읽다가 선생님이 오시는 날 막 그 책에 대해서 여쭤보고 떠들어댔어요. 어릴 때부터 집안 어른들에게 자기 생각을 말하고 이것저것 물어보던 것을 개인 과외 선생님들에게도 똑같이 했던 것 같아요. (쌤들은 무슨 고생이니..ㅠㅠ)


(2) 롤모델의 발견

아동용 동화문학과 애니메이션을 넘어서서 청소년용 도서와 영화들로 조금씩 넘어갔어요. 이 때 제 인생의 롤모델인 셜록 홈즈를 읽게 되었어요ㅎㅎ 지금도 주석달린 셜록 홈즈 시리즈까지 가지고 있네요. 아, 이 시기에 또 읽었던 것이 우리나라 고전소설이었어요. 어린이용으로 편집된 것이었지만 진짜 재미있었어요. "구운몽", "박씨부인전" 이런 거 읽으면서 엄청 재미있어 했거든요. (박씨부인 완전 멋있음) 확실히 학교 들어가면서부터 책을 읽을 때 캐릭터들에 대해서 나름대로 판단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이런 캐릭터는 좋아, 나도 이렇게 되고 싶어, 이런 사람 멋있어, 에이 이런 건 별로야, 나같으면 안 이래"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된 거죠. 


(3) 이후 공부방법 발견으로 영향

이 시기 개인 과외 선생님들을 통해서 알게 되었거나 직접 대형 서점이나 외국어사에 나가서 알게 된 교재 정보를 통해서 더 다양하고 어려운 교재들을 접할 수 있었고 교재 고르는 눈도 생겼어요. 그리고 그걸 발전시켜서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대학에 갈 때까지는 과외나 학원 없이 혼자 공부할 수 있었어요. 제가 전에 적었던 "오프라인 서점 활용법" 같은 것도 이 시기부터 자리잡히기 시작한 방법이에요. 


2016/03/13 - [아날로그+디지털 공부법] - [자료 수집하기] 1. 오프라인 서점 이용하기



(4) 문제 해결력 기르기

개인과외를 받으면서 궁금한 것을 물어볼 대상이 생긴 점, 더 많은 책을 사서 집에 읽을 것이 더 많아진 점, 그리고 컴퓨터와 백과사전을 손에 넣게 된 점은 결국 모르는 것을 스스로 해결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초등학교 2학년 정도였나, 엄마가 저에게 이렇게 말씀해주셨어요. 이제 모르는 것이 생길 때마다 엄마가 알려주거나 선생님들이 알려줄 수 없는 경우가 있을텐데, 그럴 때는 항상 책을 찾아보라고요. 그 당시에는 인터넷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으니까 백과사전이 일차적인 검색 대상이었어요. (지금은 모르는 건 위키피디아에..?ㅋㅋ) 그 때 습관이 든 게 지금까지도 이어진 것 같아요. 모르는 것은 찾아보고, 안 되는 것은 되게 하고, 망가뜨린 것은 직접 고쳐보는 것이요. 학교 숙제를 하다 모르는 것이 생기면 백과사전과 참고서를 찾아보고, 안 되면 다른 어른들께 물어봐서 방법을 알게 되면 다시 찾아보았어요. 또 컴퓨터도 망가지면 수리하시는 분을 부르고 고치는 장면을 제가 옆에서 보게 놔두셨어요. 제가 직접 설명을 듣고 궁금한 걸 물어보게 하셨고요. 그러면 다음에 같은 증상이 생기면 제가 어설프게 건드려 볼 수 있었거든요. 그러다 또 망가지면 또 사람을 부르고요. (이런 식으로 네 대를 망가뜨리고 나니까 고등학생 때부터는 알아서 고쳐가면서 잘 쓰게 되었어요.) 


*내일은 조기교육 번외편으로 잠깐 넘어갔다 올게요~


**5월 20일 추가

조기교육을 '공부' 쪽으로만 초점을 맞추어서 깜빡 했는데, 이 당시에 수영도 개인레슨으로 배웠어요.. 이건 외할머니 친구분께 사촌동생이랑 같이 배웠는데 (그럼 이것도 개인이 아니라 그룹?) 선생님께서 라이프가드 출신이셔서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 기본 네 가지에 추가로 '입영'까지 배웠어요. 입영은 물 속에 서서 떠 있는 방법인데, 기본 네 가지 말고 이게 제일 재밌었어요ㅋㅋㅋ 막 사촌동생이랑 누가 더 오래 버티나 시합하고ㅋㅋ (입영만 제가 더 오래버텼지 나중에 이 녀석은 지역대회 나가서 상탈 정도로 잘했다능..;;) 지금 생각하니 목숨을 위해서 배워두길 잘했다 싶어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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