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지금까지 올린 [조기교육 체험기] 내용의 장단점을 적어보면서 연재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1. 맞춤형 조기교육의 장점: 최대의 효과


제가 받은 조기교육은 철저한 개인 맞춤형 조기교육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선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비롯한 단체 생활이 전혀 없어요. 조금 큰 이후에는 개인 과외 선생님들이 계셨는데 그 분들도 저희 집으로 다 오셨기 때문에 제가 바깥 출입을 할 일도 거의 없었어요. 또 모두 다 일대일 관계였기 때문에 그 분들이 저에게 일방적으로 맞춰주셨어요. 저는 어린 아이였으니 뭘 말해도 타협의 여지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고요. 


사실 지난 학기에 교육 관련 과목에서 이런 제 경험담을 밝힌 적이 있어요. 그 때 그 과목 교수님께서는 제가 받은 방식은 로크가 주장했던 철저한 "귀족식 맞춤 교육"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철저하게 저라는 한 사람의 발달 단계에 맞추어져서 제공되었고, 엄마라는 주양육자가 24시간 밀착케어를 했고, 가정교사 같은 튜터를 과목마다 붙인 셈이었으니까요. 피아노도 개인 과외, 영어도 개인 과외, 수학도 개인 과외, 미술은 엄마가 전공자. 심지어 컴퓨터도 과외를 받았으니까요. 물론 과외 외에도 가족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족들과의 대화도 많았고, 전시회나 대학 캠퍼스 탐방 같은 짧은 여행도 자주 다녔어요. 저 대학 가고 나서 저희 엄마가 종종 저 중고등학생 때만 생각하시고 "나는 사교육 하나도 없이 너 대학 보냈어"라고 자주 말씀하셨는데 이제는 제가 그런 말 하고 다니지 말라고 해요ㅋㅋ 열 살 때까지 이렇게 개인 과외를 시킨 애는 드물테니까요. 


이런 조기교육이 가능했던 건 우선 엄마의 원칙과 선견지명이 있었기 때문이었고, 위기가 생길 때에도 엄마가 그 원칙대로 밀고나갈 수 있었던 결단력이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어디어디를 보내야 좋다, 무슨 학습지를 해야 좋다"는 말에 휘둘리지 않고, 또 아이가 말이 늦고 기저귀를 늦게 떼도 기다렸던 것처럼요. 제가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느끼는 건데, 저희 엄마가 진짜 치밀하셨다는 거예요. 저희 엄마는 제 인생 전체를 조망하고 조기교육 계획을 세우셨고, 제가 커가는 과정을 관찰하면서 끊임없이 그 계획의 세부적인 내용을 저라는 사람에게 맞도록 수정했고, 그 계획의 결과는 성공적이었어요. 조기교육만으로 나중에 투자를 하지 않아도 되었으니까요. 사실 모든 조기교육의 목표는 그거잖아요. 조금이라도 더 빨리 시작해서 나중에 수월하게 공부하게 하는 것. 하지만 대개 조기교육부터 시작해서 대학에 갈 때까지 사교육에 밑빠진 독에 물 붓듯이 투자를 하고, 대학에 간 이후에도 각종 자격증 준비와 인강에 돈을 들여야 해요. 그런 점에서 볼 때 저희 엄마는 철저한 조기교육으로 그 모든 투자의 악순환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도록 제가 이미 어릴 때 끊어버렸다는 점에서 정말 치밀한 분이세요. 또 그 과정과 이후의 삶에서 아이의 불만이 생기지 않게 컨트롤 했다는 점도 그렇고요. (뛰어봤자 엄마 손바닥 안이다...ㅋㅋ)


맞춤형 조기교육이 가능했던 또 다른 이유는 엄마가 비교적 젊은 나이인 26세에 저를 낳으셨고 제가 무남독녀였기 때문에 주변에 제 과외 선생님이 되어주실만한 엄마의 친구분들과 그 분들의 형제자매들이 계셨다는 점이에요. 실력이 출중하면서 아이에게 맞는 과외 선생님을 찾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데, 그 분들 입장에서 볼 때에는 "내 친구가 낳은 아이들 중에 첫 아이"이니, 자주 보았고 또 그만큼 잘 아는 아이를 맡을 수 있었던 거죠. 지금 만약 제 주변에 저랑 친한 언니가 아기를 낳았고 제가 그 아기가 자라는 것을 몇 년 지켜보면서 "우쭈쭈"하던 이모였는데 그 아이 과외를 해달라고 한다면 용돈도 벌 겸 당연히 할 것 같거든요. 또 이런 환경은 제가 "공부인 듯 공부 아닌 공부 같은" 조기교육을 받는 데에 한 몫 했죠. 다 친한 이모들이자 삼촌들이었으니까요. 수업 끝나고 나서 저희 부모님, 이모네와 사촌동생, 선생님네 부부와 그 집 아이들 이렇게 여러 명이 함께 놀러가고 외식하러 가고 어른들 노래방 가는데 따라가고ㅋㅋ 이런 일이 일상이었어요^^


이런 교육 방식의 장점은, 굉장히 친밀도가 높은 소수의 인간 관계 속에서 정서적으로 안정적인 상태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 같아요. 게다가 아이에게만 오로지 맞추어주니, 당연히 지적인 측면에서도 최대의 아웃풋을 낼 수 있고요. 



2. 맞춤형 조기교육의 단점: 적응 문제 


철저한 맞춤형 조기교육을 받은 것의 전반적인 단점이 있다면 다음과 같아요. 첫째로 비판에 민감해요. 어릴 때부터 워낙 잘한다 잘한다 하는 환경에서 저한테만 맞추어진 교육을 받았으니 조금만 누가 싫은 소리를 해도 잘 못 견뎌요. 물론 이건 교육 방식뿐 아니라 제 타고난 성격과 교육을 제외한 다른 환경의 영향도 있겠죠. 하지만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해도 싫은 소리를 잘 못 견디는 건 사실이에요. 이런 부분은 더 남에게 지지 않으려고 하고 더 남들보다 많이 하려고 하는 일종의 강박으로 발전했고, 스스로 굉장히 힘들어요. 머리로는 알죠, 비판도 많이 받고 성장해야 한다는 것, 또 이 세상의 중심이 내가 아니고 나는 일개 미생일 뿐이라는 것. 하지만 여전히 힘들어요. 죽을 때까지 힘들 것 같아요. 


둘째로 적응을 잘 못했어요. 사립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에 공립 중고등학교에 갔을 때도 적응이 힘들었고, 특히 약간이라도 군대문화의 영향을 받은 군기잡는 방식의 조직 문화가 있는 곳은 정말 치를 떨고 싫어해요. 수련회 같은 거 정말 가기 싫어했어요. 이게 시간이 지나면 적응이 될 줄 알았는데 제 경우는 안 됐어요. 또 다른 의미의 적응으로, 학교에서 하는 주입식 교육에 적응을 못 했어요. 내용은 재미있는데 이상한 문제를 푸는 기분이었어요. 이게 단지 공부 문제만이 아니라, "학교가 원하는 아이"가 될 수 없었어요. 친구도 별로 없었고요, 고등학교 1학년~2학년 내내 검정고시 보겠다고 매일 엄마랑 싸웠어요. 3학년이 되자 그 때는 검정고시를 보는 것보다 졸업하는 게 빨랐으니까 그냥 다녔죠. 하지만 지금 제가 6학년 정도로 돌아가서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중학교 때부터 안 다녔을 것 같아요. 또 "순한 아이"가 되는 것을 넘어서서 인생 전반에 있어 적응이 늘 어렵고요. 사실 지금도 적응을 하기보다 오히려 어떻게 해서든 환경을 제가 편한 쪽으로 바꾸는 걸 택해요. 엄밀히 말하자면 적응을 못하는 거죠. 하긴, 이건 아마도 타고난 성격과 성향의 문제가 더 클 수도 있겠네요. 



3. 결론 


쓰고나니 느끼는 건데, 이런 방식의 조기교육은 굉장히 "모 아니면 도"인 것 같아요. 사실 제 입장에서는 단점은 그냥 저의 성격 문제인 것 같고, 장점만 있는 방식이었다고 생각해요. 이런 경험이 지금의 저라는 사람을 있게 한 큰 부분이니까요. (게다가 그나마 이렇게라도 안 했으면 원래 개떡같은 성격 더 나빠졌을지도..?) 하지만 만약 제 블로그를 보시고 자녀분에게 같은 방식의 조기교육을 적용하시려는 분이라면 - 이 따위 글이 뭐 그리 영향력 있을까 싶지만ㅋㅋㅋㅋ - 이게 반드시 장점만이 있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또 제가 자라던 때랑 시대도 다르고 기술도 다르고 환경도 다르고, 아이마다 성격과 성향도 다르다는 점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내일부터는 좀 더 블로그 본연의 테마에 맞게, 자료 정리 편 올라갑니다!


원래 DavidJ님과 페이스북 페이지 통해서 다른 한 분(실명이었으므로 여기에서는 익명처리할게요)께서 굿노트 사용법을 좀 더 자세히 알려달라고 신청해주셨는데, 두 분 다 굿노트라는 앱에서 펜 색깔을 고르거나 레이아웃을 선택하는 등의 문제보다는 소장하고 계신 자료들을 어떻게 아이패드로 불러오고 관리할지에 대해서 고민하시는 것 같았어요. 또 제 학교 선배이신 - 매일 댓글다는ㅋㅋ - 생명윤리학도 님께서도 최근에 네이버 클라우드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백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 방향으로 연재 계획을 세우다보니 전반적인 폴더정리 및 백업 시스템을 포함한 자료 정리 관련 포스팅이 필요할 것 같더라고요. 자료 정리 편 끝나면 마인드맵 사용법을 좀 구체적으로 4회 정도 연재할 계획이고요. 그럼 한 주 즐겁게 시작하시길 바라며, 내일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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