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블로그의 애독자이신 양반장^_^v 님께서 연재 신청을 해주셨습니다. 오랜만의 연재네요. ^^ 이번 연재는 의뢰인의 뜻에 따라 대학원생들의 '발제문'에 초점을 맞추어 보았습니다. 사실 발제문이란 것이 정해진 규격이 없고, 또 수업과 교수님에 따라서 원하는 형식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딱 어떤 것이 좋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제 블로그의 다른 모든 연재가 그렇듯이ㅋㅋㅋ 제 개인적인 경험과 삽질-_-의 역사를 가감없이 보여드림으로써 "이 사람은 이런 과정을 거쳐서 이런 발제문을 만들게 되었구나" 정도를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총 연재 분량은 10회가 될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저 자신도 다 잊고 있었던 노력의 역사를 "발굴"하게 되었던 좋은 기회였던 연재입니다. 


*영어 원서를 읽고 한국어로 진행되는 수업에서 한국어로 발제를 하는 상황에 맞춰져 있습니다. 또 저는 인문학 전공자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이공계 분들께는 큰 도움이 되어드리지 못합니다..ㅠㅠ 


첫 시간의 주제는 '번역 또 번역' 입니다. 제가 도대체 대학원 처음 들어와서 뭘 했었나 보니까 번역 연습을 엄청나게 했더라고요. 그것도 서식까지 맞춰서요. 특히 대학원 석사 1년 차 때, 말그대로 엄청나게 했어요. 사실 파일을 열어 보니까 그제야 기억이 났지, 이런 시절이 있었는지 아예 까맣게 잊고 있었던 부분도 있었습니다. 



1. 석사 1학기



위 사진은 석사 1학기 때 자료입니다. 윗부분이 사진에서 잘렸는데 노란색 띠지를 두르고 저널명이 써있는 부분까지 똑같이 만들어 놨었어요. 최대한 원문과 서식까지 비슷하게 하고 비슷한 길이로 완역을 하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이런 연습을 했던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요, 첫째는 아직 요약을 할 실력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요약을 할 실력은 안 되는데 내용은 다 알아야겠고, 또 전공의 특성상 내용을 건너뛰면서 읽을 수 없는 글이기 때문에 -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야 하니까 - 모르는 단어도 익힐 겸 아예 완역 연습을 했습니다. 둘째는 제 개떡같은 성격 때문입니다ㅋㅋ (뭐든지 "와꾸"가 이뻐야 하거든요)..는 장난이고, 서식까지 맞추어 놓으면 원문을 보다가 번역을 확인하거나, 번역을 보다가 원문을 확인하기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셋째로는 무언가 자료를 남겨두면 나중에 써먹을 데가 있을 거란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이런 식으로 완역을 해 둔 자료들을 나중에 박사 코스웍 중에 유용하게 우려먹었습니다ㅋㅋ


2016/05/21 - [아날로그+디지털 공부법/from 리딩 to 페이퍼] - [from 리딩 to 페이퍼] 2. 1단계: 모르는 단어/용어/개념 해결하기


단어장 만드는 것은 이 단계에서 하면 유용하고요, 만드는 데에 시간이 너무 빼앗긴다 싶으면 그냥 컴퓨터 사전 이용해가면서 완역을 했습니다. 이 당시에는 아이패드를 아직 사기 전이어서 작업 환경은 대략 아래와 같았습니다. 



그냥 노트북에다가 한 쪽에는 인터넷 사전(주로 네이버 사전 정도만 봄)을 띄우고 다른 한 쪽에는 한글 프로그램을 띄운 후 (아마 한글 2010이었을 듯) 영어 논문은 옆에 독서대에 놓고 완역을 했습니다. ctrl+tab을 이용해서 왔다갔다하고요. 이 작업환경은 지금도 가끔 이용합니다. 종이 논문이 아니라 아이패드 프로를 세워놓을 때도 있고요. 주로 급하게 읽어가면서 바로 요약형 발제문을 만들어야 할 때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어떻게 읽어가면서 요약형 발제문을 만드는지는 앞으로의 연재에서 나올 거고요, 지금은 일단 완역 연습에 한해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Tip. 서식 맞추는 방법


서식 맞추는 방법에 대해서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 적어 봅니다. 


1) 종이 크기를 맞춘다. 

먼저 종이 크기를 맞추어야 합니다. 원본이 논문일 경우에는 그냥 A4도 괜찮지만, 원본이 단행본일 경우 단행본과 맞는 종이 사이즈를 택했습니다. 주로 B5가 많았는데, 인쇄할 경우에도 B5 종이를 사서 인쇄했습니다. 


2) 여백을 맞춘다.

원본의 여백이 몇 mm인지 재서 같은 정도로 위, 아래, 양 옆, 머릿말(챕터 제목이나 쪽수), 꼬리말(쪽수가 하단에 있는 경우)의 여백을 맞춰 줍니다. 1)과 2) 모두 한글에서는 F7을 눌러서 서식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3) 폰트를 맞춘다.

영문 폰트와 한글 폰트가 같을 수는 없지만, 최대한 비슷한 느낌의 폰트를 골랐습니다. 보통은 명조체 계열을 많이 사용했어요. 폰트 크기도 원문을 보고 비슷하게 골랐습니다. 


4) 줄간격/자간/장평을 맞춘다. 

영어와 한글이 언어적으로 아예 다르기 때문에 필요한 작업입니다. 영어는 알파벳을 나열하는 형태이지만 한글은 자모가 합쳐지는 형태이기 때문에 같은 단어라도 종이 위에서 차지하는 면적이 다릅니다. 이건 몇 문단 완역을 한 후 눈대중으로 조절해가면서 완성시켰습니다. 한 두 문단 하고나서 줄간격/자간/장평 조절하고, 또 한 두 문단 하고나서 또 조절해서 맞추고.. 그래서 사실 커서를 옮겨다니면 문단별로 살짝 설정이 다릅니다.



2. 석사 1학기 후 여름방학



자 이제 미친년 포텐이 제대로 터졌죠ㅋㅋ 사실 이건 저 자신도 새까맣게 잊고 있었던 자료예요. 여름방학 동안 아예 단행본 하나를 완역을 해 놨더라고요. 그런데 다는 못하고 14챕터 중에 10챕터 정도를 했어요. 아마 미완성 작업이라 해놓고 나서도 했다는 사실 자체를 잊었나봐요. (이게 뭔 개삽질이래...ㅋㅋㅋㅋㅋ 지금 생각하니 미친짓이죠. 저 솔직히 이 연재 준비하느라고 폴더 털고나서 진지하게 정신과를 갈까 고민했어요. 아니, 지금도 고민 중이에요. 자료를 다시 보니까 생각이 나긴 하는 걸 보면 치매는 아닌 것 같아요... 그렇겠죠?) 


그 더운 여름에 이런 짓을 하게 된 건, 그 때 제 지도교수님은 아니었는데 수업을 들었던 교수님 중 한 분께서 다른 석사 선배 언니들 몇 명과 타대 박사분 한 분을 엮어서 스터디를 짜주셨어요. (그런데 정작 그 교수님께서는 우리끼리 하라고만 하고 들여다 보지도 않으심ㅋㅋ) 그 스터디를 뭔가 더 알차게 이용하고 싶어서 각 챕터별로 발제자가 지정되었지만 전체 챕터를 혼자 완역을 하려고 했었어요. 스터디원들과 이걸 뭐 공유했던 건 아니고요, 저 혼자 미리 한 챕터씩 해보고 스터디에 가서 다른 분들 발제 들으면서 번역이나 내용 오류 잡아서 수정하고, 제가 발제 맡은 차례 오면 그걸 다시 요약해서 발제문 형태로 가져갔어요. 아래 사진처럼요. 






위의 완역한 책하고는 다른 책이에요. 그러니까 그 여름방학 때 이런 식으로 건드려 놓은(?) 책이 한 권이 아니었던 거죠. 두 세 권 정도 이렇게 연습하고 자료를 남겨두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완역을 한 후에 다시 이걸 기반으로 아래처럼 발제문을 만들었어요.







2. 석사 2학기



위가 원문이고 아래가 완역본이에요. 여름방학 때 서식까지 맞춘 완역 연습을 엄청나게 한 다음에 학기 중에 본 논문들도 이렇게 완역을 해 두었어요. 제 발제가 아닌 부분도 많더라고요. 




이건 또 다른 논문인데요, 자세히 보면 각주 번호도 똑같아요. 각주도 똑같이 번역을 한 거죠. 그냥 책을 복제한 수준이에요. 영어에서 한글로만 바뀌었을 뿐.


이 완역 연습은 석사 1년차까지만 하고 그만 두었어요. (폴더를 털어보니까 진짜 1년동안 죤나 했더라고요)


1년이 지난 후 이런 작업을 그만두게 된 이유는, 완역 연습을 하는 동안 독해실력과 속도가 엄청나게 늘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어느 순간 바로 원문을 읽는 것이 완역을 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곧바로 읽을 수 있는 수준이 되었어요. 제가 [조기교육 체험기]에서도 잠깐 밝혔는데, 저는 원래 영어를 한글로 바꾸어서 읽는 타입이 아니에요. [apple -> 사과 -> 실제 사과모양] 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apple -> 실제 사과모양]이 바로 연상되는 방식으로요.


2016/05/01 - [아날로그+디지털 공부법/조기교육 체험기] - [조기교육 체험기] 2. 24개월 이전: 교육 방식 및 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연습을 했던 건 워낙에 논문에 나오는 단어들과 표현들이 어려웠기 때문에, 제 머릿속에 그 [실제 사과모양]에 해당하는 일종의 멘탈 이미지가 없었기 때문이었어요. 완역을 하면서 모르는 단어와 용어 및 표현들에 대해서 사전을 많이 찾아보고, 또 같은 분야의 글을 여러 편 읽었기 때문에, 개념에 대한 멘탈 이미지를 머릿속에 저장할 수 있었어요. 


또 완역을 하는 과정에서 영어사전 뿐 아니라 모르는 배경 지식에 대해서도 검색을 하게 되었어요. 검색을 한번 시작하면 파도타기처럼 여기저기 점프해다니면서 다양한 문서들을 보았고요. 논문을 읽다보면 단지 언어적인 부분의 문제뿐 아니라 배경 지식이 있어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데, 그런 방식으로 배경 지식도 쌓을 수 있었어요. 완역을 하기 위해서는 도대체 이게 어떤 개념인지, 어떤 맥락에서 등장한 것인지를 알아야 적절한 번역어를 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검색과정이 반드시 필요했었고요. 


그래서 마침내 1년이 지나자, 자연스럽게 실력이 많이 늘어서 어느 순간 완역이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어요. 완역을 하기 위해서 원문을 읽는 동안 이미 글의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했으니까요. 그걸 다시 굳이 우리말로 다 옮길 필요가 없다고 느껴졌고, 실제로 우리말로 곧장 요약을 할 수 있었어요. 




3. 박사 2학기



완역 연습을 하는 단계는 지났지만, 지금도 가끔 필요하면 이렇게 서식까지 맞춘 완역을 할 때가 있어요. 마지막 사진은 박사 2학기 차에 했던 건데요, 타전공 수업이었고, 팀플로 발제를 해야 하는데 제 파트너 분이 중국인이셔서 논문 읽는 것을 어려워하셨거든요. 영어보다 한국어를 더 잘하시는 중국분이셨어요. 그래서 그 분을 위해서 함께 맡은 논문 두 편 중 그 분 파트에 해당하는 영어 논문을 한국어로 완역해서 드렸어요. 


내일은 번역 및 영작에 대한 몇 가지 팁이 올라갈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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