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인문/사회계 대학원생들이라면 늘 시달리고 있을 발제문을 주제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사실은 필기 시리즈를 정리하다가 발견하였는데 발제문만 따로 다루는 것이 낫겠다 싶더라고요. 필기 시리즈 전부가 다 이 발제문 변천사를 위해서 존재한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이 발제문들은 정말 제 대학원 생활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이 발제문 서식들을 요약하자면, 다들 (같은 수강생과 교수님들 모두에게 들은 말) "이런 발제문은 처음이다" 입니다ㅋㅋㅋㅋ (더군다나 아날로그 중 아날로그인 우리과에서 ㅋㅋㅋ) 심지어 "뿅뿅씨 이과에요?"도 들어봤네요ㅋㅋ (아니 표만 쓰면 뭐 다 이과인가 ㅋㅋ) 




시즌 1은 아주 조잡했습니다. 줄글과 번호를 이용해서 정리하였습니다. 단지 조금 특징이 있다면 한글에서 메모 삽입 기능을 이용해서 오른쪽 여백에 제 생각과 질문을 적어 넣은 것입니다. 참 말도 많고 질문도 많죠 ㅋㅋㅋ 나름 고딕체와 명조체를 바꾸어가며 사용하고, 볼드를 이용해서 내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완역 연습을 하던 석사 1년차 때의 발제문입니다. 왼쪽 원문, 가운데가 제가 직접 만든 완역본, 오른쪽이 발제문입니다. 가운데 완역본을 보시면 페이지 수와 단락의 구분, 심지어 쓸데없이 폰트까지 맞춰서 완역을 했죠. (자세한 글은 나중에 올라올 대학원 필기 글을 참조하세요.) 저 완역본을 발제문과 함께 수업 때 배부했습니다. "부록을 샀더니 본품이 딸려왔어요" "굿즈를 샀더니 책을 줘요" 뭐 이런 수준ㅋㅋㅋㅋㅋ 증정용이 더 퀄리티가 좋죠ㅋㅋ 발제문은 뭐 평범하네요. 번역어를 따로 밝혀주었고, 조금 더 요약에 가까운 형태가 되었습니다. 


 


드디어 발제문 형식이 조금 완성되어 갑니다. 저희 과에서는 거의 제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평행다단+페이지 수 입력]이 등장했습니다. 평행다단을 2cm정도 설정하고 좌우여백을 조금 줄여줍니다. 그렇게 해서 본문 사이즈를 한글 기본에 맞췄고요. 박사 1학기 때 자료인데, 더 이전부터 이 방식을 썼던 것 같아요. 이거 배우고 싶다고 쫓아온 후배도 있었고 나름대로 표를 만들어서 따라해 보려고 한 후배도 있었습니다. (귀여운 것들ㅋㅋ)



 



발제문 시즌 4는 박사 2년차입니다. 이제 증정용 부록이 많이 발전했습니다. 손으로 그린 그림에 요약 정리를 했습니다. 아이패드 프로가 나오기 전이었기 때문에 아이패드 에어에 고무팁 스타일러스로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쓴 모습입니다. 앱은 굿노트를 사용했고요. A4 사이즈 노트를 만든 후 한 학기 내내 저렇게 그림을 그리고 정리를 했고, 한 페이지에 한 챕터 내용을 정리할 때마다 PDF로 내보냈습니다. 


사실 이런 자료들 모두 다 처음에는 저 혼자 보려고 아이패드로 정리한 것인데 이쁘더라고요. 이쁘면 여러 사람이 봐야죠ㅋㅋㅋ 그냥 배부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은 완역본 부록을 제일 좋아했을텐데, 그건 제가 너무 시간 낭비라서 석사 1년차 이후로는 접었습니다. 


아, 그리고 이 즈음부터는 이제 제가 발제를 맡지 않아도 매 학기 모든 시간을 저렇게 준비해갔어요. 다른 사람들에게 자료를 주는 건 제가 조교를 맡은 수업에서만 그랬고, 다른 수업에서는 남들에게 자료는 주지 않아도 저는 모든 수업을 이 정도까지 준비한 거예요. 이전 글에서 대학원부터는 예습이 복습의 3배여야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바로 이런 단계를 말합니다. 1) 발제문을 넘어서서, 2) 주어진 자료를 요약하고 머릿속에서 재구성해서 한 페이지 정도 분량으로 어떤 식으로든 구조화 및 시각화를 해서 소화해내고, 3) 그렇게 소화한 내용에 질문을 던지고 비판을 할 수 있는 상태까지 준비해 가는 거예요. 보통은 1)의 발제문까지만, 그것도 자신이 맡았을 때에만 하죠. 


*3배의 예습 이야기는 아래 글에서 처음 언급했었습니다.


2016/04/04 - [아날로그+디지털 공부법] - [대학원생 시간 관리] 2. 시간표 짜기: 고정 블록과 유동성 블록



*'나는 읽는 속도가 느려서 이렇게 못하겠다'하는 분들은 아래 글 읽고 읽기 능력부터 향상시키세요.


2016/04/15 - [아날로그+디지털 공부법] - [대학원생 독서력 높이기] 앤솔로지를 읽으세요.





발제문과 더불어 함께 배부하는 증정용 부록은 계속 진화합니다. 30페이지 분량의 영문 챕터를 B4 한 장(앞뒤 두 쪽)에 표로 요약했습니다. 




증정용 부록은 또 한 번 진화합니다ㅋㅋ (진짜 포켓몬이야ㅋㅋㅋ) 두 사진 중 위에 있는 사진이 발제문이고 아래 있는 사진이 부록입니다. 이거 보신 교수님이 "뿅뿅씨한테 더 긴 챕터 맡길걸.. 이거 더 받게.."라고 아쉬워하셨습니다ㅋㅋㅋ 사진은 "니코마코스 윤리학"의 네 가지 번역(국문 둘, 영어 둘)을 정확하게 문장까지 맞추어서 잘라서 A3에 넣어서 편집한 것입니다. 편집은 풀과 가위로 한 후 스캔해서 인쇄했습니다. 스캔할 때 뒷면 이미지 제거 기능 사용했고요. 네 가지 번역을 한 눈에 보니까 좋더라고요. 사실 제가 이 책 저 책 뒤적이기 귀찮아서 만든건데 반응 좋아서 신났어요ㅋㅋ


사실 이렇게 발제문을 진화시키기 위해서는 종이 사이즈를 다양하게 써야 하는데요(B4, A3도 사용하고 복사도 자주 함), 제가 예~에~전 글에서 한 번 밝힌 것처럼 저는 아래 사진 같은 모델의 레이저 복합기를 가지고 있어요. 이걸 사면서 저런 진화가 가능해진거죠. 저런 걸 집에 사 두었으니까, 위 사진처럼 4개의 번역본을 복사해서 오려 붙이고 다시 스캔해서 A3로 인쇄하는 작업을 저희 집 제 작업실에서 편하게 할 수 있었어요. 만약에 매번 학교 복사실에 가야 했다면 엄두도 못냈을 거예요. 


*이건 여담인데, 항상 느끼는 거지만 기술이 발전하면 사람이 그걸 이용하고 응용해서 또 한 번 발전하고 늘 그러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 기술 자체에 한계가 있으면 사람이 발전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는 것 같고요. 그래서 저는 기계를 사고 업그레이드하는 데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아요. 애초에 저 자신에게 기술로 인한 한계를 부여하기 싫거든요. 우리는 살면서 다른 한계도 너무 많은데, 왜 기계에까지 제약을 받아야 하죠? 그 까짓 거 실컷 사서 망가질 때까지 이것저것 시켜서 해보고 그래서 내가 머릿속에 그리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면 그 기계들의 할 일은 거기까지인 거예요. (제 친구들은 다 맨날 "야 넌 생일선물 사주기 진짜 어려운게, 맨날 갖고 싶은 게 백단위잖아ㅋㅋㅋ"라고 해요ㅋㅋ 그래서 늘 생일선물은 먹는 걸로 받는다능..ㅋㅋ) 


우리 옵티머스 군(제 복사기 애칭)이 처음 등장한 글을 아래 글이에요. 아래 사진은 퍼온건데 이전 글에는 제가 직접 찍은 우리집 복사기가 있어요. 


2016/03/01 - [Q&A] - 아이패드로 논문을 볼 때 눈이 피로하지는 않나요? 논문을 볼 때 꼭 아이패드가 필요할까요?




급지함을 더 추가하는 건 구매 옵션인데 저는 구매하지 않아서 아래 급지함이 두 개만 있어요. 





맥의 pages에서 작업했습니다. 발제문 시즌 5의 가장 큰 특징은 논문 두 편을 한 페이지에,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 때도 증정용 부록들은 다 배부했습니다) 반론과 재반론을 각각 재구성하여, 반론 논문의 순서에 맞추어 (반론 논문이 양이 더 많은 논문임) 재반론 논문을 그에 맞추어 요약&편집하여 넣었습니다. 평행 다단 사용하였고요, 사실 반론 논문만 발제문 만들었다가 재반론 논문도 옆에 놓고 보고 싶어서 다 뜯어고치느라 힘들었습니다ㅋㅋㅋ




인문/사회계열 대학원생들은 다 발제문 만드는 것 스트레스지요.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나마 컴퓨터를 좋아하고 이런 저런 실험을 하는 걸 좋아해서 여러 레이아웃을 만들다보니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을 가져서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었습니다. 나누어줬을 때 사람들 반응 보는 것도 재미있었고요ㅋㅋㅋㅋ 너무 싫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발제하는 것을 하나의 실험 기회로 삼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단 이것도 해놓으면 예쁘잖아요 ㅋㅋㅋㅋ 대학원생 여러분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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